6월에 찾아간 베트남 하노이 롯데마트 매장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식음료 코너에 길게 줄을 선 손님들은 즉석에서 조리한 음식 등을 구입해 주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했다. 국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마트가 ‘물건을 사는 공간’으로만 인식되는 베트남에선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특히 베트남 음식뿐 아니라 초밥, 피자, 베이커리 등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장바구니에 쇼핑한 물건을 담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던 베트남 사람들은 이제 마트에서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는 게 일상이 됐다.
베트남 대형마트의 풍경이 지금처럼 바뀐 건 롯데마트의 식음료 매장 차별화 전략 때문이다. 2008년 12월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베트남에 매장을 연 롯데는 현지 고객들을 끌어오기 위해 식음료 코너 운영, 자체 브랜드(PB) 상품 판매 등 베트남 사람들에겐 생소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왔다.
올해 5월에는 푸드코너를 대폭 강화한 ‘밀솔루션’ 매장을 베트남 1호 점포인 남사이공점에 선보였다. 열대 지방에선 좀처럼 맛보기 힘든 회, 초밥, 삼각김밥 등을 메뉴에 추가하고 매장 면적도 기존에 비해 두 배로 늘렸다. 초밥은 30년 경력의 롯데레전드호텔 최상대 셰프와의 협업으로 종류를 120여 개까지 확대했다. 요리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도 점포당 10명 이상 배치했다. 떡볶이, 김밥 등 한국 음식도 판매하고 있다.
식음료 코너에 힘을 준 롯데마트의 ‘밀솔루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23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리뉴얼 전인 3월 대비 6월 밀솔루션 매장의 매출은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방문객도 리뉴얼 전보다 22% 늘었으며 객단가는 36% 증가했다. 롯데마트는 밀솔루션 매장 리뉴얼 작업을 14개 점포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9월 현재 10곳까지 리뉴얼을 완료했다. 이와 함께 카페 형태의 베이커리 코너도 매달 매출이 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마트가 물건을 사는 공간에서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현지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향후 베이커리 디저트류와 푸드코너 메뉴를 계속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2008년 1호점을 낸 롯데마트는 이 같은 차별화를 통해 베트남에서 순항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2012년 680억 원이었던 베트남 매출액은 2014년 1580억 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35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2월 나트랑 2호점이 문을 열면 베트남 내 점포는 15곳까지 확대된다.
이학재 롯데마트 해외개발부문장은 “밀솔루션 매장 리뉴얼과 카페형 베이커리 전점 확대를 통해 베트남의 식문화를 선도하는 동시에 혁신 유통업체로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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