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우리 정치의 진영 논리를 극명하게 보여준 장이었다. 숱한 의혹을 “불법은 아니다”라며 강변한 여당은 물론이고 이해관계와 진영 논리를 이기지 못한 정의당은 데스노트에 자기 이름을 적고 후회하고 있다. 이런 풍토에서 여당 의원이 실세 후보자를 아프게 지적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로 인해 3000통이 넘는 문자 폭탄을 맞았지만….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52)은 “국회의원, 청문위원으로서의 의무가 여당 의원에 앞선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
―먼저, 당신을 공격한 사람들은 이 인터뷰를 보고 청문회 때처럼 또 공격할 수 있다. 대개는 그런 걸 우려해 고사하는데….
“그게 바로 편 가르기인데…, 편 가르기 현상이 나타난 데는 정치권의 책임도 많기 때문에 그분들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처음 정치권에 왔을 때 민주당과 진보 쪽에서는 종합편성채널(종편)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난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그 정도 시달리면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는데 안 바꿨다. 원래 멘털이 강한가.) “강한 건 아니고…. 선거 때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다 받지는 못해도 가능한 한 답을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그 정도로는 바꾸지 않는다.”
―지적이 아프기는 했지만 야당처럼 구체적인 의혹을 일일이 캐물은 것도 아니지 않나.
“내가 검사 출신이라 수사도 해 봤지만, 인사청문회에서 사실관계 확인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미 인정된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묻는 식으로 했다.” (그 정도조차 지지층에서는 용납이 안 되는 건가.) “잘했다는 사람도 많지만, 용납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었다. 비록 여당 의원이지만 나는 조 장관에 대한 비판이 근거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공정의 문제는 가장 핵심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질문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당은 후보자를 무조건 방어하는 게 우리 정치 풍토 아닌가.
“그런 관행과 문화가 있다. 하지만 나는 국회의원, 청문위원으로서의 의무가 여당 의원의 입장보다 앞선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이렇게 의문을 많이 제기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후보를 방어하면 자신의 당내 입지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당은 신뢰를 잃는다. 나름대로는 당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정치인이라고 그걸 모를 리는 없고… 현실정치는 그렇게 거룩한 게 아니지 않나. 자기 발등을 찍었다는 생각은 안 드나.
“당연히 어떤 분들은 ‘금 의원이 정치를 몰라서’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 전부가 방어로만 일관했다면 당 지지율은 더 떨어지고, 한국 정치 전체에 대한 신뢰도 잃었을 거다. 나는 내 생각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소신이 그렇다면 청문회에서의 발언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되지 않나.) “하하하, 예를 들면 조국 장관 퇴진 투쟁을 하라는 건가?” (지적이 목표일 수는 없지 않나.) “청문위원으로서의 책임은 했다고 생각한다. 일단은 거기까지고,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돼야 한다.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의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정부 감시와 견제이니 그 역할을 하면 될 것 같다.”
―‘청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당신 질문에 조 장관은 ‘있다’고 했다. 청문회 끝나고 지금까지 진심 어린 사과가 있었다고 보나.
“음… 앞으로 하시겠지? 전에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그냥 다 내 책임이라는 식으로 사과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추상적인 사과는 안 된다고…. (조 장관이) 사실관계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고, 이런 건 잘못됐고… 이렇게 말해주는 게 필요한데… 지금은 수사 중이라 쉽지 않긴 하다. 그런데 나는 기본적으로 장관 정도의 고위공직자라면 수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기 전에 얘기를 해야 한다고 본다.”
―청문회가 끝나고 민주당은 대부분의 의혹이 해소됐다고 했다. 당신이 보기에도 그런가. 해소된 사안이 있다면 설명을 해 달라.
“내 생각은 있는데… 답변하기 곤란해서가 아니라, 내가 여당 법사위원이라 수사 중인 상황을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 국정감사에서도 원래 재판이나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건 못하게 돼 있다.” (하지만 많이 하지 않나.) “사실 많이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단, 이건 말할 수 있다. 지금 국민이 궁금해하는 건 불법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공정이다. 조 장관이 과거의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한 점에 대해서는 아직도 해명이 없었다고 본다.”
―이번에도 청문회는 무용지물이었다.
“자료 미제출이나 증인 불출석같이 청문회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행위를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이 개입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보수·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후보자들이 청문위원들에게 자료를 제대로 낸 적이 없다. 의혹을 가리기 힘들다 보니 결국 검찰 손을 빌리게 되고, 검찰의 힘이 점점 더 커진다. 윤석열 검찰총장 청문회에서 그가 거짓말한 걸 문제 삼았다가 (열성 지지자들의 공격으로) 내가 혼이 났는데… 그때 진짜 화가 많이 났다.”
―거짓말에 화가 난 건가.
“당시 외국에 나간 주요 증인이 검사 출신 변호사였다. 그런 사람이 증인으로 안 나오고 도망가면 변호사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 우리 청문회에는 그런 제재가 하나도 없다. 왜 나가는지 너무나 뻔하지 않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못 하는 사람이 변호사 자격을 갖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그때는 당이 온통 윤 총장 찬사 일색이어서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야당이 문제 삼았지만 우리는 한마디도 대꾸 안 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을 하자고 하니 앞뒤가 안 맞는다.”
―청문회에서 “이걸 묻는데 저걸 답하면 화난다. 묻는 사람 바보 취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질문을 이해 못 했을 리 없을 텐데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증인 불출석이랑 비슷한 건데… 그런 동문서답에 대한 제재가 우리는 없다. 청문회뿐만 아니라 브리핑, 기자회견에서도 엉뚱한 답을 하면 ‘그건 답이 아니다’라고 질문자가 추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게 약하다 보니 대답이 엉뚱해도 그냥 넘어간다.” (2일 당시 조 후보자가 연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대답이 많았다.) “그 기자간담회는 대단히 잘못됐다. 간담회를 여는 유일한 명분이 ‘청문회를 안 열어서 해명할 기회가 없었다’인데 해명은 얼마든지 다른 데서 해도 됐다. 그걸 국회에서 하고, 의원이 사회를 봐주고… 아주 잘못된 거다.”
―개인정보 유출, 피의사실 공표는 당연히 제한돼야 한다. 그런데 여당은 조 장관 관련 정보 유출은 민감해하면서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고교 성적표, 출석 일수 공개는 잘못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랬다. 내가 찾아봤는데 우리도 지난 정부 때 상대방의 가족 문제에 대해서 정말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 정치인에게 도저히 논리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그냥 가족이 저지른 잘못, 추문만 가지고도 엄청나게 공격했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나 피의자를 죄인 취급하는 문화는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추진하기가 어려울 거다. 조 장관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저질렀던 일이 있기 때문에 누구도 공정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먼저 우리가 과거에 했던 잘못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그것 없이 하려고 하면 당연히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고 잘되지도 않을 거다.”
※정유라는 고3 때 17일만 출석하고 출결 만점을 받고, 전 과목에서 최하위 성적을 면치 못한 성적표가 2016년 11월 공개됐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개인정보 유출 조사 대신 고교 졸업 취소가 가능한 근거가 확보됐다고 밝혔다. 반면 조 장관 딸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유출이라며 유출 경위를 조사했다.
―우리 정치에 그 정도의 포용력이 있다면 이 지경이 됐겠나.
“내가 ‘우리도 과거에 잘못한 적이 있다’ 그러면 어떤 분들은 ‘지금 한목소리를 내도 모자란데 왜 방해하느냐’고 하는데…. 난 한목소리를 내자는 사람이 오히려 개혁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상황을 풀려면 상대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화도, 합의도 하는 것 아닌가. 상대가 우리를 불공정하게 보는데 무슨 얘기가 되겠나.”
―조 장관이 박사 지도교수였는데 많이 친했나.
“검사 시절 1년간 미국 연수에서 석사를 땄는데 논문을 안 써도 되는 석사였다. 돌아와 박사 지원을 했는데 논문 없는 석사를 좀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처음 지도교수를 부탁한 분이 안 돼 당시 서울대 신진 교수였던 조 장관에게 부탁했더니 흔쾌히 받아줬다. 그 뒤 배려도 많이 해줬고, 우리 집에도 놀러올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 (그가 지도한 박사 논문이 무엇인가.) “제대로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어 논문을 안 썼다. 그래서 박사가 아니라 박사과정 수료다. 휴학도 많이 하고…. 조 장관은 교수 할 것도 아닌데 너무 어려운 거 말고 내가 소설을 좋아하니까 ‘형법과 문학’ 이런 주제로 따면 좋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난 진짜 학술 논문을 쓰고 싶었는데 현실이 안 돼 아예 손을 안 댔다. 일각에서 박사 학위를 못 따서 내가 그에게 심하게 했다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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