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부터 16주째 이어진 홍콩 반중 시위의 근본 원인은 살인적 집값으로 인한 양극화 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분석했다. 특히 당국이 부족한 세수를 공공토지 매각으로 충당하며 부동산 공급을 제한해 민심을 자극했다고 전했다.
현재 홍콩 직장인의 중위 소득은 34만3000홍콩달러(약 5230만 원), 주택가격은 716만9000홍콩달러(약 10억9327만 원)이다. 중위 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하는 가구의 소득을 뜻한다. 중산층 비중이 그 나라의 정치·경제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하지만 공공정책 연구기관 데모크라피아에 따르면 홍콩 직장인이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무려 20.9년이 걸린다.
이는 당국의 ‘조삼모사’식 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다. 홍콩은 영국 통치 시절부터 소득세와 법인세를 낮추고 상속, 양도, 보유세 등을 없앴다. 세계 각국의 부자를 유치해 금융 허브로 거듭났지만 재원 부족에 시달린 당국은 공공토지를 싼값에 팔아 부족한 세수를 충당했다. 이 토지는 소수의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넘어갔고 이들은 서민들이 접근할 수 없는 호화 아파트 등을 지어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통상 부동산 개발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정도지만 홍콩에서는 이 수치가 60∼70%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개발업자가 보유한 토지 일부를 당국이 강제 인수하는 ‘토지회수 조례’, 개발업자들이 주택을 지은 후 집값 상승을 기다리며 분양을 미루는 행태를 막기 위한 ‘빈집세’ 도입 등을 거론한다. 하지만 현 홍콩 세수의 33%에 달하는 1970억 홍콩달러(약 30조 원)가 토지 관련 세금에서 나올 정도로 토지세 비중이 크고, 부동산 업계의 입김도 막강해 시행 여부에 대한 회의론이 높다. 모세 청모치 홍콩보험공단 이사장은 “안정적인 추가 세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높은 땅값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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