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 대선주자 1위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를 언급했다”고 시인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외국 정상을 끌어들여 정적(政敵) 뒷조사를 시켰다. 명백한 직권 남용”이라며 탄핵론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참에 바이든 부자의 부패 연루 및 수사 무마 의혹도 조사하자”고 맞섰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내년 미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후보와 아들 헌터(49)를 언급했지만 그들 부자가 더 이상 부패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며 수사 요구 의혹을 부인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통령이 이 통화 당시 무려 8차례나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협력해 수사하라고 요구했다”고 압력을 넣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헌터는 2014년 4월부터 우크라이나 천연가스사 부리스마홀딩스 이사로 재직했다. 바이든은 부통령 재직 중인 2016년 3월 페트로 포로셴코 당시 대통령에게 부리스마 비리를 수사하려던 빅토르 쇼킨 검찰총장 해임을 종용해 아들의 사업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도 바이든 공격에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바이든이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개입했다면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러시아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 가족, 측근이 모두 수사를 받았다. 법무부가 바이든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뉴욕)은 트위터에 “대통령의 불법 행위가 아니라 그에 대한 탄핵을 거부하는 민주당이 더 문제”라며 탄핵을 주저하는 지도부를 공개 비판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도 CNN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탄핵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여전히 탄핵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부결될 것이 뻔해 대통령에게 면죄부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스캔들’도 2년간의 대대적인 특검 수사에도 불구하고 결정적 한 방 없이 흐지부지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수사가 본격화하면 바이든 전 부통령 역시 상당한 내상을 입을 수 있어 ‘양날의 칼’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내부고발자의 의회 증언을 계속 막는다면 이는 무법(無法)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란 서한만 동료 의원들에게 보냈다.
양측 공방의 1차 분기점은 이달 25, 26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뉴욕 유엔 총회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다. 하루 뒤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장(DNI) 대행은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미-우크라이나 정상 통화 내용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공세에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 공개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 등 참모들은 “국가 정상 간 대화는 비밀이며 녹취록 공개는 끔찍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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