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 소녀가 대서양을 건넜습니다. 소녀는 비행기 대신 요트를 타고 항해하면서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사진)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태양광 패널과 수중 터빈을 동력으로 하는 경주용 보트를 타고 15일 동안 항해한 끝에 대서양 횡단에 성공했습니다. 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비행기 대신 요트를 선택한 겁니다. 지난달 14일 영국 항구도시 플리머스에서 출발한 그녀는 4800km에 이르는 여정을 파도와 싸우며 항해했습니다.
미국에 도착한 툰베리는 20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기후 파업(climate strike)’ 시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다른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가 할 것이다. 우리는 안전한 미래를 요구한다. 이것이 지나친 요구인가”라며 목청을 높였습니다.
뉴욕뿐 아니라 미국 50개 도시에서도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 160여 개국 수천 개 도시와 마을에서도 약 400만 명이 동시다발로 시위에 참가했습니다. 서울 광화문과 대학로에서도 20일과 21일 집회가 열렸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도 10만 명가량이 시위에 참가했고, 호주 멜버른과 영국 런던에서도 비슷한 수의 청년들이 시위를 벌였습니다.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는 현대사에서 부자와 가난한 나라를 초월해 청년 운동이 이렇게 대규모로 광범위하게 전개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툰베리는 지난해 여름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팻말을 들고 스톡홀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했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방치하는 정치인과 어른들의 각성과 실천을 촉구하기 위한 작은 몸짓이었습니다. 등교 거부 운동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습니다. 그녀의 행동에 공감하는 청소년들이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동참했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기후행동은 27일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노벨평화상 최연소 후보로 추천된 툰베리는 7월 프랑스 하원의원 초청으로 파리를 방문해 의회 연설을 하기도 했습니다. 연단에 선 툰베리는 “당신들은 바로 이곳 파리에서 이뤄진 협정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당신들이 일부 아이의 의견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내용이 바로 여기에 적혀 있고, 나는 그것을 환기할 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툰베리가 언급한 내용은 2015년 12월에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말합니다. 파리협정은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기후 체제로, 이번 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은 파리협정을 탈퇴했지만, 그 한복판에서 보란 듯이 외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 보입니다. “당신들에겐 미래가 있었다. 우리도 그래야만 한다.” 뉴욕 맨해튼 집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의 외침이 위선과 타협에 길들여진 기성세대의 귓전을 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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