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 &테크]암호화폐 월말 싱가포르 등 상장… 예상가격보다 20% 높게 팔려
삼성전자 클레이튼폰 판매 나서… LG-한화 등 대기업 잇달아 참여
필리핀 은행-日 기업 등도 포함… 정부의 부정적 시각 극복이 숙제
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X가 발행하는 암호화폐 ‘클레이’가 이르면 이달 말 한국 블록체인기업 두나무의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현지 거래소에서 상장된다. 18일 상장가 책정에 앞서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사전 시장가치 평가에서 예상가보다 20% 높은 1클레이당 180원을 기록하면서 “상장과 동시에 가격이 빠르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클레이는 그라운드X가 지난해 10월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표방하며 첫 공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암호화폐다. 클레이의 시세에는 클레이튼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실제로 클레이튼은 공개된 지 약 1년 만에 삼성과 LG, 한화, 셀트리온 등 각 분야 국내 대기업들을 협업 파트너로 빠르게 끌어들였다. ○ 삼성·LG·한화… 줄 잇는 대기업 참여
이달 6일 삼성전자와 그라운드X는 ‘갤럭시노트10 클레이튼폰’을 합작해 내놨다. 이 스마트폰에는 클레이튼 플랫폼에서 구동되는 각종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비앱)과 2000클레이가 담긴 클레이 전용 지갑이 기본 설치돼 있다. 삼성전자가 항공사나 시중은행 등 주로 대기업과 협업해 특정 기능을 담은 한정판 스마트폰을 내놓은 경우는 있지만 설립 2년이 채 되지 않은 그라운드X와 같은 신생기업과는 처음이다.
클레이튼의 운영에도 대기업이 대거 참여한다. 블록체인 산업에서 네트워크 운영 참여자를 ‘노드’라고 부르는데, 이 노드들이 이루는 협의체를 ‘거버넌스 카운슬’이라고 한다. 클레이튼의 거버넌스 카운슬에는 LG전자와 LG유플러스, LG상사 등 LG그룹의 3개 계열사와 재계 8위 한화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한화시스템, 국내 최대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 등이 참여한다. GS홈쇼핑 등 GS그룹 계열사도 참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게임업체인 넷마블, ‘검은사막’으로 대박을 낸 펄어비스와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펍지 등이 멤버다. 필리핀 은행인 유니언뱅크와 일본 IT기업인 코코네 등도 포함됐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우리금융그룹, 신한은행이 그라운드X와 손잡고 클레이튼 기반의 블록체인 신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대기업들의 줄 잇는 참여는 클레이튼을 활용한 미래 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업들로선 직접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기보다 카카오의 플랫폼을 통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며 “그만큼 클레이튼의 미래 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 ‘제 3의 창업’ 나선 김범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블록체인에 대한 의지는 한게임과 카카오에 이은 ‘세 번째 창업’으로 불릴 만큼 강력하다. 카카오톡을 ‘국민 메신저’로 만든 경험을 블록체인 생태계에도 빠르게 접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한 인터넷 기업 고위 관계자는 “최근 김 의장은 만나는 이들마다 ‘블록체인이 미래 IT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설파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정주 NXC 대표 등 국내 IT 거물들과 페이스북 등 해외의 ‘테크 거인’들도 앞다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S10부터 암호화폐 지갑인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탑재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는 건 빅데이터 시대에 정보 저장과 전달의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기존의 중앙집중 방식이 아니라 분산형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보안성이 뛰어나다. 이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가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암호화폐에 부정적이다. 블록체인은 허용하되 가상화폐는 불가하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국제회계기준위원회도 암호화폐를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결론내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산업 확산을 위해선 암호화폐 등에 대해 보다 열린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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