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트럼프 탄핵절차 돌입
러시아 스캔들때 하노이 협상 깨져 3차 북미정상회담 동력 상실 우려
실무협상 예정대로 추진 관측도
트럼프 녹취록서 “바이든, 아들위해 우크라이나 검찰 수사 막아”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의 탄핵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남은 유엔총회 및 정상회담 일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 매달린다면 북-미 비핵화 협상, 미중 무역협상에도 큰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탄핵 조사를 발표한 지 8분 만에 트위터에 글을 올렸고 오후 11시경까지 20여 개의 트윗을 쏟아내며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 북핵 협상 우선순위 밀릴 수도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회원국 정상들의 총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약 35분간의 연설 내내 딱딱하고 지친 표정으로 힘없는 목소리를 이어갔다. 취재진 사이에서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를 연상시킨다”는 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비웠을 당시 그의 옛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은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에 관해 대통령에게 불리한 의회 증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협상장을 박차고 나간 주요 이유가 러시아 스캔들에 신경이 쏠렸기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롯한 각국 정상과의 회담, 기자회견, 만찬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24일도 취재진들은 그에게 유엔이 아닌 탄핵 관련 질문만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탄핵 움직임에 맞대응하기 위해 당분간 외교안보 현안을 후순위로 미뤄 놓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하면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추진 동력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논란을 덮고 재선 승리에 필요한 외교 성과를 내기 위해 북한 이란 등의 핵심 외교안보 사안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이란 정반대의 관측도 내놓고 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9월 하순 협상 재개 용의를 밝힌 만큼 양국 실무진 협상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내년 대선까지 논란 지속될 듯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의 의혹에 대해 조사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49)는 2014년 우크라이나 최대 천연가스사 부리스마홀딩스 이사가 됐고 수십만 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2016년 3월 현직 부통령이던 바이든 후보는 페트로 포로셴코 당시 대통령에게 미국의 10억 달러 보증 철회를 거론하며 부리스마 비리를 수사하려던 빅토르 쇼킨 검찰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사를 종용했다는 정보기관 내부 고발자의 언급이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두 정상의 통화 녹취록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바이든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검찰을 막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하원 435석 중 과반인 235석을 점유하고 있어 하원에서 탄핵안 가결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100석인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53석을 점하고 있는 데다 3분의 2 찬성이 필요해 통과 가능성이 크지 않다. 다만 상원 가결 여부에 관계없이 대선을 1년 정도 남긴 상황에서 탄핵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 자체가 현직 대통령이 누릴 이점을 상당 부분 없앨 것으로 보인다.
역대 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는 이번이 4번째다. 1868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은 공무원 재직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탄핵에 직면했지만 상원에서 부결됐다. 19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원이 탄핵 조사에 돌입하자 자진 사임했다.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르윈스키 스캔들에 따른 위증 및 사법방해 의혹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지만 하원에서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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