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짜뉴스’ 단어 600번 트윗, 공정한 보도 언론사 표적 삼아
50여개국도 매도 전략에 전염돼
미국 최고 유력지 뉴욕타임스(NYT)의 아서 설즈버거 발행인(39·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저널리즘을 위협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언론 자유를 위해 맞서 싸워야 할 때”라고 강력 비판했다. 분쟁 지역을 취재하다 체포 위기에 놓인 기자들을 미국 재외공관이 방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가짜 뉴스’로 매도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23일(현지 시간) NYT에 ‘전 세계에서 저널리즘이 위협받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기고했다. 2만 자가 넘는 이 글에서 그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언론인이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위험한 지역에서도 기자들이 걱정하지 않고 취재할 수 있는 이유는 미 정부란 자유언론의 ‘안전망’이 있었기 때문인데 최근 몇 년간 상황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7년 자사 이집트 특파원 데클런 월시가 잇따른 정부 비판 기사로 체포될 위기에 놓였을 때 NYT가 미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폭로했다. 반면 월시의 모국 아일랜드는 지원 요청을 받자마자 월시를 안전하게 카이로 국제공항까지 보호하며 이동시켰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이는 비단 미국 기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며 부패한 정부가 벌이는 만행을 세상에 알리지 못하면 언론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독재자들은 늘 가장 먼저 언론을 통제한다”고도 일갈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NYT, CNN 등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 ‘국민의 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는 것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트위터에만 가짜 뉴스란 단어를 600번 가까이 올렸다. 공정하고 정확한 보도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언론사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세계 50개국 지도자들이 ‘가짜 뉴스’란 말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을 정당화하고 있다. 각국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가짜 뉴스’ 매도 전략에 전염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1896년부터 약 120년간 NYT를 경영하고 있는 설즈버거 사주 가문의 5세대다.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2009년 NYT 기자로 입사했으며 2014년 NYT의 디지털 전략을 담은 ‘혁신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2016년 발행인에 올랐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백악관과 강도 높은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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