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카드’로 돌아선 펠로시… 상원의 벽 넘긴 쉽지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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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스캔들’ 땐 역풍우려 주저
우크라이나 사태엔 당내 여론 압도적, 反트럼프 유권자 결집 계산도
하원조사→본회의→과반찬성 거쳐도 공화당 장악 상원이 최종심판
탄핵 찬성 여론도 37%로 후퇴


올해 4월 2016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러시아 스캔들) 최종 보고서 일부가 발표됐을 때 역풍을 우려해 탄핵을 주저하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4일 전격적으로 탄핵 카드를 꺼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 대해 CNN 등은 민주당 하원의원 235명 중 190여 명이 탄핵에 찬성할 정도로 압도적인 당내 여론을 꼽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이 2016년 러시아에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우크라이나라는 외세를 끌어들이려 했다는 의혹이 반(反)트럼프 유권자 결집에 효과적일 것이란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도박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로이터와 여론조사회사 입소스가 23, 24일 이틀간 미국인 1005명을 상대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7%만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달 초 41% 찬성에서 오히려 4%포인트 줄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 보고서가 공개된 5월에는 찬성 여론이 44%였다. 또 응답자의 51%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답했다.

탄핵 절차도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다. 미 대통령의 탄핵은 크게 하원의 탄핵 조사→탄핵안 본회의 제출→하원 과반 찬성→상원의 탄핵 심판 4단계로 이뤄진다. 하원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상원은 재판을 진행하는 구조다. 상원은 탄핵 심리를 열어 증거를 판단하고 증인을 소환해 진술을 듣는다. 이때 연방대법원장이 재판장, 상원의원 100명이 배심원, 탄핵안을 가결한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검사 역할을 한다. 상원의 3분의 2가 찬성하면 대통령은 즉시 면직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문제는 관련 규정이 상당히 모호하고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상원은 탄핵 재판 절차를 정할 때 결의안을 통과시켜 증인 수, 증언 대상, 증언 방식 등 심리에 필요한 각종 규칙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민주와 공화 양당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탄핵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며 “탄핵안이 상원으로 넘어와도 즉각 파기할 것”이라며 민주당에 역풍을 각오하라고 벼르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 탄핵안을 심리하지 않고 투표로 곧바로 기각하면 민주당 측은 사실상 대응할 카드가 없다. 절차를 진행하는 기간도 2년 반이 넘기 때문에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미 헌법 2조는 “대통령, 부통령, 연방정부의 모든 공무원은 반역죄, 수뢰죄, 그 밖의 중범죄와 경범죄로 탄핵당할 시 유죄 판결을 받고 면직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어떤 중범죄와 경범죄가 탄핵 사유인지는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고 있다. 심리를 위한 상원 소집 권한이 원내 다수당 대표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의원에게 있는지,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에게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든, 9명의 대법관 중 5명이 보수 성향 대법관인 연방대법원이든 자신에게 유리하므로 어느 쪽이든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미경 mickey@donga.com·전채은 기자
#미국#트럼프 탄핵#우크라이나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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