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뉴노멀(새로운 기준)’을 넘어서 ‘뉴뉴노멀’의 시대다. 부품·소재 국산화는 대기업에 책임을 묻거나 단기간에 하나의 처방으로 극복할 수 없으므로 정부가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26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동아일보·채널A 공동 주최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전략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여러 논의가 오간 끝에 이런 공감대를 형성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은 “정부에 정책이 있다면 기업은 대책이 있다고 한다. 일본이 수출규제에 들어가면서 어떤 품목이 언제 중단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우리 기업이 대책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조강연을 맡은 권평오 KOTRA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며 ‘뉴노멀’이 됐는데 최근에는 정세 불안까지 더해져 ‘뉴뉴노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의 ‘일방주의’ 통상 정책이 장기화하면 가장 피해를 입는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고, 심지어 전통 제조강국인 독일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특정 시장에 치우친 수출 구조는 대외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11월 부산에서 열릴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사를 맡은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은 “오늘 당정청이 소재·부품 특별 조치법을 논의했다. 경쟁력위원회를 만들어 산업별로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소재·부품 국산화가 더딘 측면에는 대기업의 의지 부족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소재·부품 국산화에 대해 정치권은 대기업 의지 부족을 말하지만 이는 기업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특정 국가, 특정 회사에 의존하면 단가 협상력이 떨어지는데 이걸 하고 싶어 하는 기업은 없다. 제품의 기술력이나 특허 면에서 일본 제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는 것”이라며 “국가 간 협정과 합의를 존중하는 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소재·부품 국산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종호 NH-아문디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은 “정부와 민간 기업이 머리를 맞대 국산화가 꼭 필요한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후에는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2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현대자동차그룹처럼 과감히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를 맡은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원인이 어떻든 간에 이번을 계기로 소재·부품 국산화 논의가 시작됐으니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협력업체)이 소재·부품 국산화에 성공하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수요가 있는 대기업과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부도 대기업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할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기업이 갖고 있는 기술과 경험을 중소기업에 전수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대기업이 구매해주는 시스템을 함께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동아일보 박제균 논설주간(상무)을 비롯해 기업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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