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모 스펙’ 대책의 엉뚱한 종착점… 대학 때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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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도입된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대입전형 중 학종 비율이 높고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출신 선발 비율이 높은 건국·광운·경희·고려·동국·서강·서울·성균관·연세·포항공과·춘천교육·한국교원·홍익대 등 13곳이 그 대상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제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마치고 “현재 학종은 학부모의 경제력과 지위가 자녀 입시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사회적 불신이 커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부는 11월 중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

이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이 의학논문 제1저자 실적과 허위 인턴 경력을 제출해 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에 성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학 입시제도 전반에 대해서 재검토해 달라”고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교육부가 내놓은 학종 실태조사 방침은 당장 손대기 어려운 대입제도를 개선하는 대신에 애꿎은 대학에 조국 사태의 국민적 공분을 돌리려는 면피용 대책일 뿐이다. 교육개혁 의지라곤 찾을 수 없는 이번 대책을 두고 여론 전환용으로 급조된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고교 간 비교과 활동 격차가 크고 고교 학사관리가 주먹구구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학종을 급격히 확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았다. 고교 생활에 충실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한다는 학종의 원래 취지와 달리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학종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은 마련하지 않은 채 각종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학종 등 수시 선발을 늘리도록 대학을 압박해왔다. 그 결과 부모 학력과 재력에 따라 스펙이 달라지고, 고교 교실이 정상화되기는커녕 사교육 의존도만 커졌다.

물론 대학들이 학종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했고, 학생 선발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학종의 신뢰도를 높일 고교 내신관리와 비교과활동 지원 등에는 손을 놓은 채 대학에 학종 확대를 종용하던 교육부가 이제는 대학에 특정감사 운운하고 있다. 무능한 교육부는 반성문부터 써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부모 스펙#대입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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