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를 사랑하는 것이 철학이고, 그 역사가 철학의 역사이지만 일상을 사는 갑남을녀에게는 다가가기 쉽지 않다. 이 책은 팟캐스트 내용을 정리한 서양철학의 일대기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에 밑줄을 치거나 다시 앞쪽을 참조할 수 있도록 정리한 텍스트가 아니라 들으면서 바로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뜻이다. 한결 부담이 적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부터 언어를 강조한다. ‘언어는 불완전하다’며 불평하는 행위마저 언어로 실천하는 활동이 인문학이다. 철학은 언어로 진술된 사상을 탐구한다. 한국에서 인문학이 방황하는 이유는 언어에서 길을 잃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15개 장(章) 16명의 철학자 가운데서도 인식과 언어를 강조한 인물들에게 무게중심이 실린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름을 들어 본 적도 없을’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의 파르메니데스가 한가운데 놓이는 것도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파르메니데스의 철학은 ‘is의 철학’으로 요약할 수 있다. 말하자면 영문법 책에서 본 ‘be 동사’, 독일철학 개론서에서 본 ‘sein’이다. 서구 언어에서 이들 동사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이다’, ‘있다’, ‘…는 참이다’라는 뜻을 지녔다.
서양인은 ‘…is’라고 할 때 이 세 가지 뜻을 한꺼번에 생각한다. 저자는 “서양철학은 아직도 이 문제와 대결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는 이와 다르죠? 그런 점에서 한국어로 다른 사고의 지평을 열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라고 제안한다.
철학의 탄생 시점에 놓이는 탈레스부터 20세기의 푸코까지,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철학자들이 균등한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고대부터 시대별로 정리하지 않고 ‘철학의 시작과 끝’, ‘앎의 싸움’, ‘있음의 싸움’, ‘삶의 싸움’이라는 주제에 따라 주인공들을 나눴다.
“생각의 싸움은 싸움의 현장을 봄으로써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리하여 철학은 ‘생각의 싸움’이다. 저열한 것에 맞서고, 자기 자신의 문제에 답하기 위한, 생각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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