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다’라는 글자 하나만 가지고/온갖 꽃 통틀어 말하지 마라/꽃술도 많고 적은 차이 있으니/세심하게 하나하나 보아야 하리.”
양반가의 서자로 태어나 신분차별을 겪었고, 봉건주의 인습에서 벗어나려 했던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1750∼1805). 그는 시와 그림으로 고독을 달래던 천생 예술가였다. 그가 남긴 ‘연평초령의모도’는 청나라에 저항한 명의 장수 정성공의 어릴 적을 그린 그림이다. 청의 선진 문물과 풍속을 소개한 ‘북학의’로 유명한 박제가가 청에 저항하던 인물을 그린 미스터리한 그림이다. 과연 이 그림의 진짜 작가는 누구일까.
저자는 ‘연평초령의모도’의 비밀 이야기를 좇아 20년 가까이 한국과 중국, 일본을 오간다. 갑갑한 조선에 몸담았으되 국경 없이 예술가들과 연대하며 더 넓은 세상을 꿈꿨던 자유인 박제가의 마음을 훑는 인문 기행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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