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간 온라인 과외 플랫폼 구축, 교과외 활동 기회 얻도록 도와줘
“부모 도움 없어도 꿈 이루는 사회로”
“대학에 가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면 불평등한 것이죠.”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회적 기업가 베른하르트 호퍼 씨(34·사진)는 ‘공정한 교육’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2014년 사회적 기업 ‘탤런티파이(Talentify)’를 설립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미래를 여는 시간’ 포럼에 연사로 나선 그를 27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소셜벤처 공유 오피스)에서 만났다.
호퍼 씨의 모국인 오스트리아에는 대학 입학시험이 없다. 대학 간 서열도 무의미하며, 등록금도 무료다. 누구에게나 대학의 문이 열려 있는 듯 보이지만 호퍼 씨는 “이론적으로 평등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체 대학 진학률은 20% 선이지만, 블루칼라(노동자) 계급의 자녀 중 대학 진학률은 6%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는 “오스트리아는 대학에 안 가도 전문기술을 가진 엔지니어로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나라”라면서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자녀 학업에 전폭적 지원을 하고, 네트워크와 재력을 이용해 인턴십과 각종 외부 활동을 지원한다. 이런 학생들의 진학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학종 스펙 만들기’ 현상과 유사한 문제인 셈이다.
호퍼 씨는 이런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 간 과외’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온라인상에서 과외를 해줄 수 있는 학생과 수강이 필요한 학생을 쉽게 찾도록 해 오프라인상 교습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튜터(교수자) 역할을 성실하게 한 학생에겐 유명 기업 인턴십, 대형 워크숍 등에 참여할 기회를 준다”며 “부모의 인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과 외 활동 기회를 자신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어로 ‘학원’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입시 과정이 경쟁적인 한국의 교육 문화를 들어봤다는 소리다. 호퍼 씨는 “미래사회에선 필수적인 ‘기초지식’의 개념이 바뀌고 있는 만큼, 어른이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학습 방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학생이 어떤 삶을 택하든 부모의 지위에 상관없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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