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저우 “민족주의는 양날의 칼… 잘 못다루면 쇼비니즘 빠질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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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저우 베이징대 前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인터뷰
“中민족주의 정서 빠르게 팽창… 통제 어려워져 지도자 시험대될 것
편협한 배타적 민족주의 피하려면 경제 문화 등 개방 계속 유지해야”

“민족주의는 양날의 칼이다.”

왕이저우(王逸舟·62·사진)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중국은 (지금) 민족주의 정서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며 “(경제)성장이 빠른 시기일수록 민족주의에 대한 통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미래의 중국 지도자들에게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을 지낸 왕 교수는 중국 정부 수립 70주년(10월 1일)을 맞아 25일 본보와 인터뷰를 했다.

“(미국 등이 주장하는) 중국에 대한 편협한 편견은 나쁘고 틀렸다. 반면 우리(중국) 사이에도 극단적 민족주의가 존재한다. ‘중국이 강해졌으니 다른 이들이 기쁘든 그렇지 않든 우리만 기쁘면 그만’이라는 태도는 안 된다.”

그의 언급에는 중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신중함이 담겨 있었다. 그는 “민족주의를 잘 다루면 사회의 신념을 높이고 사기를 북돋아 중대한 도전을 해결할 수 있다”면서도 “민족주의를 잘 다루지 못하면 매우 편협한 쇼비니즘(맹목적 애국주의), 배외(排外)주의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민족주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오늘날 중국은 (민족주의 문제를) 제어할 수 있다.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가 오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상태가 되면 안 된다. (민족주의를) 무한하게 과장하면 안 된다.”

―통제 불가 상황을 어떻게 피해야 하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개방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개방을 통해 여러 의견을 들어 자신의 장단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지속적인 개혁은 편협한 배타적 민족주의를 피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강연에서 ‘중국이 두렵고 친해지기 힘들다’는 외국인의 지적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

“지금 우리는 중국(외교)에 대해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생각은 다양하다. 외부 세계는 이 변화를 우려한다. 중국인 대부분은 중국이 강해져 좋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는 균형이 필요하다. 중국 인민을 기쁘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민을 행복하게 하는 동시에 중국이 (세계에) 더 많은 이익을 제공할 수 있다고 국제사회가 느끼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왕 교수는 “중국은 굴기(崛起) 과정에서 왜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불공정하다거나 손해를 본다고 느끼는지 깨닫지 못했다”며 “중국의 굴기를 국제사회가 점차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여전히 많은 글로벌 문제(해결)에 중국이 충분히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치가 직면한 도전은 무엇인가.


“정치의 현대화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정치 현대화는 정치인들이 역할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권력을 운용하고 효과적으로 이들을 감독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부패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소득·지역 격차, 소수민족과 한족 간 격차 등이 크고 부의 분배가 공평하지 못하다. 중국 같은 큰 나라에서 이런 갈라짐이 장기화되면 결국 원심력(바깥으로 나아가려는 힘)을 만들 수 있다. 한데 모이는 게 아니라 분열하는 것이다.”

―당신은 국내적으로 ‘인(仁)의 사회’, 대외적으로 ‘지(智)의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중국이 전 세계의 환영을 받는 외교가 ‘지’의 외교다. ‘인’의 사회가 있어야 좋은 외교가 나올 수 있다. ‘인’의 사회는 매우 개방적이면서 정치가 인민과 매우 친밀하고 부패가 없으며 인민들이 호전적인 정서가 없이 다른 문화와 교류하기를 원하는 사회다. (중국이) ‘인’의 단계로 가려면 상당한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정부수립 70주년#민족주의#왕이저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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