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어떻게 생각할까?”… ‘상상의 세계’를 도화지에 담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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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대덕에서 과학을 그리다’ 미술대회 700여 명 참가 성황

“제 그림이 가장 기발하죠?” ‘제1회 대덕에서 과학을 그리다’ 그림대회가 열린 28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창의나래관 주변 광장. 아이들이 그림을 제출하기 전 자신의 솜씨를 한껏 뽐내 보였다. 뒤로는 참가자 가족들의 텐트 등이 야영장처럼 펼쳐져 가을 소풍을 연상시켰다. 대전=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제 그림이 가장 기발하죠?” ‘제1회 대덕에서 과학을 그리다’ 그림대회가 열린 28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창의나래관 주변 광장. 아이들이 그림을 제출하기 전 자신의 솜씨를 한껏 뽐내 보였다. 뒤로는 참가자 가족들의 텐트 등이 야영장처럼 펼쳐져 가을 소풍을 연상시켰다. 대전=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주어 곤란했던 적은 없었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그림 주제인 ‘내 마음을 파악할 수 있는 미래의 분석 장비’를 선택한 충북 청주 각리초등학교 4학년 황윤하 양(10)은 사람의 몸속에 삽입한 칩이 감정을 읽어내 손톱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그림으로 그 해법을 제시했다.

28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 동아사이언스 후원으로 열린 과학미술대회 ‘제1회 대덕에서 과학을 그리다’에서 700여 명의 초중고교생과 유아들은 과학기술이 이끄는 끝 모를 상상의 세계를 하얀 도화지에 담았다.

한국기계연구원의 ‘생각하는 기계’를 주제로 삼은 대전전민초등학교 조한이 양(12)은 인공지능(AI) 로봇이 주인의 평소 모습을 관찰해 뒀다가 주인의 생각과 마음을 헤아려 도와주는 장면을 묘사했다. 그림 속의 주인은 감동한 표정이 역력했다.

AI는 최고의 인기 주제였다. KAIST의 ‘AI 기술 확산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정한 세종시 보람중 2학년 정효인 양(14)은 무인계산대, 강연을 하는 AI 강사, 사용자의 명령을 파악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등을 그렸다. 그에게 이제 인간의 일상은 AI를 빼놓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것으로 비쳤다.

서울 세화여중 3학년 김규영 양(15)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눈을 맞췄다. 그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정확한 측정, 과학의 시작입니다’를 선택했다”며 “AI나 우주의 연구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확한 측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이 대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참여했다. 윤하 양의 아버지 희연 씨(44)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 질량분석 장비를 통해 단백질을 연구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실감 미디어를 연구하는 손정우 씨 아들 범준 군(9·대전 봉명초 3학년)은 아빠의 연구주제의 하나인 가상현실(VR)을 소재로 삼았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를 끼고 아무데서나 음악회를 감상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슈퍼컴퓨터’를 주제로 잡은 대구 계성초등학교1학년 한유안 양(7)은 자신과 메인 컴퓨터가 연결돼 생각하는 모든 것을 즉각즉각 해결해주는 세상을 화폭에 반영했다.

세종시 가락초등학교 1학년 조은유 양(7)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신비한 생명의 세계’를 주제로 잡았다. 그는 “최근 유전자(DNA)에 대한 책을 읽고 너무 신기한 나머지 이 주제에 눈이 끌렸다”며 “머리카락과 눈 색깔 등을 결정하는 부모님 DNA 속의 유전물질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구와 사람’ 주제를 택한 충남 공주시 신월초등학교 1학년 장지후 군(7)은 바다를 순식간에 깨끗하게 만들 바다청소기를 그림 속에 구현했다. 정 군은 “청소기가 쓰레기를 흡입할 때 물고기는 다른 쪽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바다생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주제인 ‘친구와 우주로 여행하기’를 그린 청주시 사천초등학교 1학년 양수아 양(7)은 자신은 우주선에 타고, 친구들은 우주를 유영하면서 사이좋게 여행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이날 가을의 청명한 하늘 아래 이들 청소년과 부모를 포함해 1400여 명의 가족 단위 참가객이 국립중앙과학관 창의나래관 주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잔디밭에 자리를 펴거나 텐트를 치고 가을 소풍 같은 하루를 보냈다. 아들을 데리고 왔다는 대전의 김민정 씨(41)는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나들이를 나와 텐트를 치고 휴식을 즐겼다”며 즐거운 표정이었다.

주최 측이 마련한 페이스페이팅과 피에로 풍선 이벤트 코너는 하루 종일 왁자지껄 장사진이 펼쳐졌다. 참여 연구기관들은 광장 한쪽에 마련된 부스에 ‘맛있는 화학’(한국화학연구원) 같이 연구 주제를 풀이했거나 기관을 소개한 책자, 기념품 등을 비치했는데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금세 동이 나기도 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주제와 관련된 사진을 담은 패널을 준비해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이 대회는 학습을 겸한 창의융합형 과학미술대회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KAIST 등이 고심 끝에 선정한 과학기술 주제를 그리도록 했다. 그리기 전에 주제에 대해 공부하면서 관련 과학자에게 질문도 하고 현장학습을 하는 절차를 두었다. 딸 박규림 양(11·세종 연양초 5학년)을 데리고 온 어머니 조은진 씨(39)는 “이 행사는 아이가 스스로 과학에 대해 알고 탐구하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10월 중순 심사를 한 뒤 11월 중순 동아일보 본사에서 시상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과학미술대회인 점을 감안해 심시위원으로 미술전문가와 과학자를 균형 있게 위촉할 계획이다. 우수작은 동아일보와 동아사이언스에서 여는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의 올해 우수작들과 더불어 전국 순회 전시를 할 계획이다.

대전=지명훈 mhjee@donga.com·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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