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미 실무협상 시작도 전에 ‘정상회담’ 고대하는 文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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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19기 자문위원 출범회의를 주재하며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협상을 위한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고 했다.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예고된 북-미 간 실무협상을 3차 정상회담 준비 차원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 발언은 북-미가 곧 실무협상을 시작하면 한반도 정세가 화해 무드로 확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DMZ 인근 접경지역에 국제적 경제특구를 만들어 본격적인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DMZ 경제특구 같은 사업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고 유엔의 대북제재가 해제된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북한이 비핵화는커녕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 구상은 건물 기초 터파기도 엄두를 못 내는 상태에서 빌딩 옥상 설계를 말하는 것만큼 공허하다.

더구나 비핵화 논의의 성과는 북-미 실무협상에 달려 있는데, 문 대통령은 그 협상을 정상회담 준비용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 간 담판을 통한 톱다운 방식의 재가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식의 대화는 이미 그간의 실패로 잘못된 방식임이 드러났다. 톱다운식 담판은 자칫 정상의 개인적 성향이나 기분, 의제와 무관한 주변적 요소에 좌우돼 결렬 가능성도 크고, 자칫 잘못된 합의가 나올 우려도 있다. 이는 국제적 주목을 원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리는 것이자, 가시적 성과 도출이 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빠져들기 쉬운 함정일 것이다. 지금은 북-미의 정치 이벤트가 아닌, 충분한 실무협상과 고위급 담판으로 제대로 완결된 합의가 나와야 할 때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북미 실무협상#북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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