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제거 이어 경제특구 구상 밝혀
“한반도 평화의 시계 다시 움직여… 때를 놓치지 않는 결단력 중요”
北-美 협상 난항속 엇박자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국제평화지대로 변모하는 비무장지대(DMZ) 인근 접경지역을 국제적 평화특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엔 총회에서 제시한 DMZ 지뢰 제거 구상에 이어 북한과의 경제특구 조성 구상을 밝히며 남북 경제협력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제19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출범식 개회사에서 “비극의 땅 DMZ를 축복의 땅으로 바꿔낼 수 있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을 위한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의 시대를 가리키는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때를 놓치지 않는 지혜와 결단력, 담대한 실행력이 중요하다”며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향해 지치지 말고 나아가자”고 했다.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 실무협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북한과의 경제협력 등 남북 관계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불가 입장에 따라 북한에 상응 조치로 제시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남북경협 확대를 위해 다시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를 실천하면 우리와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며 “평화경제는 70년 넘는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남북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상생의 시대를 여는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조치 요구와 관련해 유엔 총회에서 전면적인 DMZ 지뢰 제거를 제안한 문 대통령이 자신의 제안을 북한이 수용하면 본격적으로 국제 경제특구 조성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북한과의 경제특구는 지난해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9·19 평양 공동선언에 포함된 내용. 지난해 9월 이후 문 대통령이 직접 경제특구 조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또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은 한반도가 평화를 넘어 하나가 되어가는 또 하나의 꿈”이라며 “공동올림픽 실현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미 간 힘겨루기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남북경협 구상을 가속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북한이 밝힌 9월 말 북-미 실무협상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여권에서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전 해외 간부위원 워크숍에서 “트럼프 탄핵 문제가 미국 정치의 주요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10월 말 탄핵 문제가 결론이 나기 전 (북한이) 회담에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도 남북 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으로 떠넘기며 대남 비난을 이어갔다.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비난하면서 “북남 사이의 불신과 적대를 야기시키고 긴장 격화를 몰아오는 장본인이 다름 아닌 남조선 당국”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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