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전 역전승… 정규시즌 2연패
30경기 남기고 3위 달리다 무서운 뒷심으로 연승행진
상대 전적에 앞서 1위 SK 제쳐… 포수 양의지 이적-불펜진 약화
시즌전 3~5위 예상했던 두산, 에이스 린드블럼의 20승 대활약
10월의 첫날. 두산이 기적 같은 끝내기 승리로 가을의 기적을 완성했다. 무려 9경기 차 열세를 뒤집고 이뤄낸 2019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이다.
두산은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KBO리그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천신만고 끝에 6-5 역전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다. 선발 투수 후랭코프를 시작으로 선발 요원 유희관과 이영하 등 무려 8명의 투수를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친 결과였다. 8회초까지 2-5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8회말 허경민의 2타점 적시타에 이어 김인태의 극적인 3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5-5 동점이던 9회말 1사 2루에서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로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두산은 88승 1무 55패(승률 0.615)로 SK와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시즌 상대 전적에서 9승 7패로 앞서며 승차 없는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1982년 KBO리그 출범 이후 승차 없이 우승 팀이 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은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6년 이후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불과 한 달 반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30여 경기씩 남겨둔 가운데 두산은 3위에 머물러 있었다. 선두 SK와는 9경기 차였다. 2위 키움에도 1.5경기 차로 뒤졌다. 오히려 4위 LG에 4경기 차로 쫓기고 있어 3위 지키기를 목표로 해야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두산의 뒷심은 무서웠다. 8월 22일 삼성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6연승을 거두며 착실히 선두권과의 승차를 줄여 나갔다. 순위 싸움의 분수령이 된 경기는 지난달 19일 열린 SK와의 더블헤더였다. 그날 두 경기를 내리 잡아낸 두산은 승차를 2.5경기까지 줄이며 막판 뒤집기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28일 한화전 연장 끝내기 승리로 같은 날 삼성에 끝내기 패배를 당한 SK와 공동 선두가 됐다. 9월 30일 SK가 한화에 승리하며 다시 0.5경기 뒤졌지만 1일 NC전 승리로 선두를 재탈환했다.
시즌 전만 해도 두산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NC로 이적했고, 불펜진은 팀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았다. 팀 내부에서조차 “우리 팀의 수준은 3∼5위”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해 2위 SK를 14.5경기 차로 앞서며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압도적인 전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두산 야구의 ‘가을 DNA’는 여전했다. 에이스 린드블럼은 20승(3패)을 거두며 팀 마운드를 이끌었고, 포수 박세혁은 양의지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양의지의 보상 선수로 영입한 이형범은 ‘전천후 투수’로 맹활약하며 6승 3패, 19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했다. 지난해 홈런왕 김재환의 부진은 오재일(21홈런, 102타점)이 대신했다. 끈끈한 수비(최소 실책 1위·83개)와 특유의 발야구(도루성공률 2위·72.9%)도 여전했다. 두산 관계자는 “큰 경기를 많이 해본 선수들이라 치열한 순위 싸움 와중에도 거의 흔들림이 없더라. 며칠 전만 해도 2위만 해도 잘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큰 선물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시즌 막판 극도의 부진을 보인 SK는 거의 손에 넣었던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아쉽게 놓쳤다. SK는 KBO리그 역사상 80승에 선착한 팀 중 처음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놓치는 비극을 맛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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