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와 5일 실무협상 재개”… 美와 두달넘게 신경전 끝 날짜 조율
최선희 “북미관계 긍정발전 기대”… 장소 미정… 판문점-평양 유력
북-미 정상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합의했던 비핵화 실무협상을 5일 연다. 당초 7월 중순 개최가 유력했던 협상이 두 달 반가량 지연될 정도로 그동안 양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그만큼 실제 협상테이블에서도 치열한 논의가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일간의 마라톤협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일 담화에서 “조미(북-미) 쌍방은 10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북한) 측은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됐다. 이번 협상을 통해 조미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최선희의 담화를 통해 ‘9월 하순’ 협상 재개 의사를 밝혔던 북한이 그 후 약 한 달 동안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16일), 김명길 북한 측 수석대표(20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27일) 명의로 연쇄적으로 담화를 내놓으며 미국과 ‘밀고 당기기’를 해왔다. 그러다 결국 마지막엔 최선희 담화 형식으로 협상 공식 재개를 알린 셈이다.
최선희는 담화에서 협상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미국이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이후 ‘북한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만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력한 협상 장소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가장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장소가 우선 거론된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판문점에서 사전접촉을 거친 뒤 평양으로 향할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북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것도 변수다. 스웨덴과 스위스 제네바 등 제3국에서 접촉할 가능성도 여전히 거론된다.
북-미 양측이 아직 비핵화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수준으로 비핵화 및 상응조치에 대해 견해차를 좁혔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 그런 만큼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하노이 결렬’ 이후 서로 얼마나 입장이 변했는지를 파악하는 데 우선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가) 얼마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 서로에 대한 견적을 뽑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북한은 미국이 정말 ‘새로운 접근법’을 가지고 나왔느냐를 보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미국이 그런 기대에 부응할 것으로 보기 이른 만큼 (협상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북-미가 실무협상 재개 시점을 두고 미묘한 차이를 보인 것도 양측 의견 차이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선희는 담화에서 이번 주 토요일(5일)을 협상일로 지목했으나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선희 담화 후 ‘다음 주 안(within next week)’에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무협상 전 예비접촉’이라는 다소 이례적인 만남이 북한을 통해 먼저 공개된 것을 두고서도 여러 평가가 나온다. 위 전 대사는 “(북한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대화 구도가 굴러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예비접촉 존재를 공개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의견 차이가 명백한 상황에서 ‘탐색전’을 가지겠다는 의중을 밝혔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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