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멧돼지서 ASF 바이러스 첫 검출

연천 남방한계선 북쪽서 사체 발견
환경부 “北서 넘어왔을 가능성”… 하천수 조사-접경지역 방역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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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검출됐다.

환경부는 2일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 혈액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정밀 진단한 결과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3일 밝혔다. 죽은 멧돼지가 발견된 곳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남쪽으로 600m가량 떨어진 지점이다. 남방한계선에서 북쪽으로 1.4km 떨어진 지점이기도 하다. 이 지역을 지키는 군부대는 이 멧돼지를 발견해 연천군에 신고했고, 검사가 이뤄졌다.

이번 바이러스 검출은 국내 멧돼지에서 ASF가 검출된 첫 사례다. 환경부는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2018년 8월 이후 살아있는 개체와 폐사체를 합해 1125마리를 대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했다. 이번에 발견된 멧돼지 사체는 죽은 지 오래되지 않아 부패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고, 외관상 다른 동물에 의한 손상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멧돼지가 북한에서 넘어왔는지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는 “비무장지대 북방한계선에 설치된 철책이 우리처럼 견고하지 않아 북한에서 DMZ 내부로 야생동물 이동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방한계선 내의 철책은 과학화된 시스템이 구축돼 멧돼지가 남으로 이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방한계선이 허술한 틈을 타고 ASF가 넘어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철조망이 태풍과 집중호우 때문에 많이 무너졌다”며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ASF가 북한에서 온 게 확실한데 멧돼지가 못 넘어온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9개 사단 13곳에서 남방한계선 경계부대(GOP) 철책이 파손됐다.

정부는 이번 바이러스 검출을 계기로 방역과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환경부는 태풍의 영향으로 멧돼지 폐사체 등이 임진강으로 떠내려 올 가능성에 대비해 하천수 바이러스 조사와 포획 틀 설치를 늘리기로 했다. 국방부는 철책 내 경계와 DMZ 내 방역활동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