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dreaming of a white Christmas. Just like the ones I used to know….”
참 ‘잔인한’ 성탄절 노래다. 하 소설가의 이 책 말이다. 소설에도 등장하는 빙 크로스비의 목소리가 머금은 푸근한 캐럴은 기대 마시길. 그런 낭만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메마르고 건조하냐’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오히려 짙은 물안개가 가득 차 축축할 정도. 실재일까 환영일까 분간이 안 갈 만큼.
얘기는 평범하게 시작한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은 세 자매 가족. 오랜만에 시간이 비어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마트에서 고기 사고 케이크 사고. 어느 집안에나 있을 적당한 투덕거림과 공명. 그렇게 나눈 와인 몇 잔 뒤, 막냇동생은 묘한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어느 벽촌 리조트에서 겪은 ‘기묘한’ 시간을.
이 체험이 정말 기묘한지도 애매모호하다. 스크루지가 만난 유령처럼 명확하다 단언하긴 힘들다. 진짜 유령인지, 창밖 나방인지, 옆방 꼬마인지도 불분명하다. 심지어 실제 겪은 일인지, 화자가 본인이 맞는지도 헷갈린다. 시스루(see-through)처럼 속 비치는 옷이 여러 벌 겹쳐지며 의외의 문양을 만든 형국. 그다지 튈 것 없는 현실의 조합이 다층적 판타지로 승화하는 광경을 목도한다.
실은 ‘크리스마스캐럴’은 좀 의외다. 작가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라는데, 이전 작품들과 뭔가 결이 다르다. 담담한 문장과 독특한 시간 구성이 엮어내는 특유의 맛은 여전하나, 등장인물 혹은 삶을 바라보는 거리감이 살짝 달라졌다. 물론 굳이 판가름을 내릴 필요는 없지만, 이런 낯섦이 더 반갑긴 하다.
문득 궁금하다. 끝내 막냇동생이 찾지 못한 손목시계는 어디로 갔을까. 그 비싼 장신구는 손목을 감싸고 있긴 했나. 아니 그는 그걸 되찾고 싶긴 한가. 희멀건 흔적만을 남긴 채 떠난 게 물건인지 세월인지 자아인지. 성탄절 산타 할아버지는 그 답을 선물로 주실 순 없으려나. 우리의 굴뚝은 이미 사라졌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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