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일 오전 조국 법무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비공개 소환한 뒤 8시간 만에 귀가시켰다. 밤샘조사는 피의자의 의사에 반해서는 하지 않지만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는 피의자를 오전에 불러 저녁 조사도 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일은 흔치 않다. 정 교수는 진술조서에 서명도 하지 않았다. 정 교수 변호인단은 정 교수의 입원을 이유로 상당 기간 재조사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자신과 가족 관련 피의사실 유포를 비난하며 공보준칙 개선책을 시행하려다가 비판을 받고 자신과 가족에 대한 수사가 끝난 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검찰은 어제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소환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정 교수 비공개 소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아예 원칙을 바꿔버린 것이다. 공개소환 전면 금지가 국민의 알 권리와 충돌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별개로 하고 방침의 적용 시점이 정 교수 소환부터인 것은 공정하지 않다.
검찰 개혁이 시대적 과제가 된 것은 검찰의 힘이 비대해 권한 남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 우려가 큰 탓도 있지만 그런 힘을 갖고도 살아 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 장관 관련 수사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여권에서 압박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는데 만약 수사가 미진하게 이뤄지면 검찰 개혁 추진 의도 자체가 불신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현 정권이 과거 정권을 향한 수사에서 충견처럼 부린 검찰이 그 칼날을 자신들에게 겨눌 것을 우려해 칼날을 무디게 만들 의도로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짙게 해줄 것이다.
윤석열 검찰이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려면 조 장관 관련 수사를 제대로 하는 데서부터 그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럴 때 국민은 검찰을 신뢰하고 검찰 스스로에게 개혁할 많은 부분을 맡길 수 있다. 소환과 조사 등 절차에서 특혜가 없어야 하고, 진실을 낱낱이 밝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하며, 잘못이 밝혀지면 그에 합당한 사법적 책임을 제대로 엄중히 물어야 한다. 벌써 조 장관과 가족의 중요 혐의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가 미진할 경우 검찰 안팎에서 또 외압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수사의 정당성도 흔들릴 수 있다. 이번에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서 타협하면 검찰은 완벽하게 타율적으로 개혁당하는 날을 맞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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