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대통령-경제4단체장 만남… 경제정책 새판 짜는 계기 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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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이 미-유럽연합(EU) 간 대서양 전쟁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이달 18일부터 위스키 치즈 커피 등 유럽산 상품에 최고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세계무역기구(WTO)가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은 부당하다며 미국이 15년 전 제기한 소송에서 미국의 손을 들어주자 이를 명분으로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자국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상대국과 품목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관세 폭탄을 퍼붓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 조치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에게 미치는 파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수출은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아 10개월째 내리막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8일이면 시행 100일이 되는데 그간 수출 허가가 단 7건만 이뤄졌다. 당장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계속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수출은 대중 수출이 21.8% 감소한 것을 비롯해 대미 ―2.2%, 대일 ―5.9%였다. EU로의 수출이 그나마 10.6% 증가했는데 EU마저 무역 분쟁에 휘말려 경제가 위축된다면 이 지역에 대한 우리 수출도 장기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미국과 영국으로 날아가 정부 당국자와 글로벌 투자자, 국제신용평가사 간부들을 잇달아 만난 것도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경총 대한상의 무역협회 중기중앙회 등 4개 경제단체장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대통령의 생각을 알려 소통해야 한다. 어제 단체장들은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활동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 적용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기업 활력을 살리기 위해 규제혁파를 과감히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사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차례 정부와 정치권에 요청했던 내용들이다. 이야기하면 들을 때뿐이고 지지층, 노동계 등의 눈치를 보느라 반영하지 않는다면 경제계는 희망을 잃어갈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단체장들이 전한 기업 현장의 분위기와 애로를 엄살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구체적인 정책 변화를 이끌어주길 바란다.
#미중 무역전쟁#대서양 무역전쟁#미국무역대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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