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LGU+, 케이블 인수 임박… 넷플릭스 등과 직접 경쟁 상황
합종연횡 통해 새 서비스 동력 마련… 6월 효력 상실한 ‘합산 규제’
만들어진지 24년된 ‘권역 규제’… 혁신 막는 장애물 전락 지적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케이블TV 업체 인수가 9분 능선을 넘어서면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새판 짜기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3개 인터넷TV(IPTV)와 15개 케이블TV 등으로 잘게 나뉘어 있던 유료방송 시장에서 합종연횡을 통한 덩치 키우기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만들어진 지 24년 된 ‘케이블 권역 규제’와 1년 4개월 전 효력이 없어진 합산 규제 등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들이 여전해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16일 전원회의를 열고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기업 결합을 심의 의결한다. 앞서 지난달 말 LG유플러스에 ‘조건부 승인’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송부했다. SK텔레콤에도 이달 초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에 대해 유사한 취지의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나 상품 형태 강제 전환 등을 제한하는 등의 조건이 부과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건의 합병이 성사되면 유료방송 시장은 사실상 ‘3강-기타’ 체제로 재편된다. 티브로드를 인수한 SK브로드밴드가 23.92%, CJ헬로를 인수한 LG유플러스가 24.54%의 시장점유율(가입자 기준)을 차지해 1위 KT(31.07%·KT스카이라이프 포함)를 바짝 쫓는 형국이 된다. 나머지는 딜라이브와 CMB, 현대HCN 등 케이블TV 사업자가 차지하고 있다.
유료방송 업체 간 합종연횡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방송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다. 유료방송 시장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과 직접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 업체 관계자는 “1억5000만 명에 이르는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하려면 국내 유료방송 업체들도 규모를 키워 혁신 서비스를 위한 투자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수 시장 나눠 먹기’식의 낡은 규제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가 점유율 33.3%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방송법 조항(합산 규제)은 2015년 6월 ‘3년 후 일몰’ 조건으로 도입돼 지난해 6월 이미 효력을 상실했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가 재도입 여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면서 ‘유령법’처럼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던 KT가 사실상 인수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케이블TV 추가 인수합병(M&A)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1995년 케이블TV 출범 때 만들어진 권역 규제도 마찬가지다. 이는 전국을 78개 권역으로 나눠 한 권역에서는 한 개 사업자만 독점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케이블TV의 ‘지역성’을 보장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 체제가 된 현재의 방송 시장에서는 오히려 혁신을 막는 장애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가 IPTV에 비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결국 하나둘씩 인수되고 있는 것도 권역 독점권에 안주하며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선진국 중 유료방송 권역 규제를 유지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IPTV, 케이블TV 등 기술별로 구분된 옛 규제는 경쟁을 제한해 소비자 편익만 줄인다”며 “경쟁 체제를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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