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의혹 파문]2차례 출석 모두 조국 찬반집회 날
檢내부 “사실관계 해명 꺼리면서 정치의 용광로에 녹이겠다는 의도”
“피의자 신분 검찰 출석이라는 ‘객관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철저히 ‘정치의 영역’에서 해석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두 차례 비공개 검찰 조사를 지켜본 검찰에서는 이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 교수는 평일 대신 공휴일인 3일(개천절)과 5일(토요일) 검찰에 출석했다. 통상 검찰 출석 날짜는 검찰과 변호인 측 협의 끝에 결정되는데 검찰은 정 교수 측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3일 광화문에선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가, 5일 서초동에선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치는 집회가 열렸다. 정 교수의 출석과 범죄 혐의보다는 양 진영 간 정치적 공방이 더욱 부각된 것이다. 정 교수가 검찰에 나오지 않고, 병원에 재입원한 4일에는 조 장관의 딸이 친여 성향 라디오방송에 실명을 공개하고 출연해 허위 인턴활동증명서와 표창장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장관 측이) 검찰 수사로 드러난 사실관계에는 해명을 꺼리면서 수사 자체를 검찰 개혁의 명분으로 환원하고 있다. 사실 관계를 모두 ‘정치의 용광로’에서 녹여 버리겠다는 의도 아니냐”고 말했다.
정 교수는 1, 2차 두 차례 조사에서 휴식과 식사시간을 제외한 검사의 신문에 답한 순수한 조사 시간은 7시간 반 정도였다. 첫 조사에서는 조서 열람을 하지 않았다. 조서 열람이 끝난 뒤 서명 날인하는 절차도 생략했다. 그 대신 두 번째 조사에서 11시간 동안 조서를 열람한 뒤 서명했다.
통상적으로 피의자들은 검찰 조사 때마다 조사가 끝난 뒤 조서를 열람하고 서명 날인한다. 정 교수가 피의자 방어권을 위해 꼼꼼하게 조서 내용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나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도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조서 열람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정 교수 측이 검찰 조사를 짧게 받은 뒤 검찰의 논리나 증거 등을 파악하고 변호인단과 추가 대응책을 숙의한 뒤 다시 조사받으러 나온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유불리에 따라 조사를 끊거나 출석 일자를 조정해 ‘검찰이 가진 패’를 알고 대응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차례 검찰에 출석한 정 교수의 세 번째 조사 날짜를 정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15일은 법무부가, 17일은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다. 보통 검찰 출석이 네 차례를 넘어가면 검찰 주변에서는 ‘불구속 기소’를 염두에 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하는 만큼 검찰도 정 교수가 원하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지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기대했던 바도 아니었지만 정 교수가 사실상 전면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주에 정 교수를 한 차례만 더 조사한 뒤 구속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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