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 주몽재활원 정문엔 공무원시험 준비 학원가에서 볼 법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 지내는 이하늘 씨(23·지체장애 2급)의 공무원시험 합격을 축하하기 위해 내건 것이다.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갖고 태어난 이 씨는 출생 직후 부모와 헤어져 세 살 때부터 재활원에서 지내왔다. 이 씨는 지난달 26일 발표된 ‘2019년 서울시 9급 사회복지직 공무원시험’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올해 6월 치러진 시험에서 7.4 대 1의 경쟁을 뚫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이 씨의 원래 꿈은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몇 차례 하는 과정에서 불편한 몸으로 다른 장애인을 돕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 씨는 사회복지 분야 공무원이 돼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을 돕기로 마음먹고 지난해 12월부터 시험을 준비했다. 이 씨는 “나한테 장애가 있다는 것보다는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사실이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커가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 때문에 사회에 불만을 갖고 삶 자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 씨는 다음 달부터 서울시 공무원연수원에서 교육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공무원으로서 첫걸음을 내디딘다. 이 씨는 “나처럼 장애가 있고 가족이 없는 친구들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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