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유명작가 히라노, 혐한에 일침 “일본인들, 한국大法 징용판결문 읽어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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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무책임하게 갈등 부채질
징용 피해자들 열악한 노동 시달려… 판결문 읽어보면 큰 충격 받을것”

데뷔작 ‘일식’으로 1999년 일본 최고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한 유명 소설가 히라노 게이이치로(平野啓一郞·44·사진)가 11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인들에게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소송 판결문부터 읽어보라. 국가를 넘어 징용피해자 개인의 인간적 불행에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사히신문은 한일 관계가 악화됐지만 양국 간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생각해 보자는 취지의 인터뷰 시리즈 ‘이웃’의 첫 순서로 히라노 작가를 만났다. 그는 혐한(嫌韓)을 부추기는 일본 언론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하고 상처를 입기도 했다. 미디어가 무책임하게 반감을 부채질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모두 우선 강제징용 판결문을 읽어봐야 한다. 읽으면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판결문도 읽지 않은 채 방송에 출연해 한일 관계를 언급하는 사람들에게 발언권을 주면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기사를 읽으며 큰 울림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한 인간으로서 피해자들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징용 피해자들이 기술을 습득할 것을 기대하고 일제의 모집에 응했다가 위험도가 높은 노동 환경에 놓여 임금도 받지 못했다. 도망치고 싶다고 말하면 맞기도 했다. 비참하다”고 지적했다.

히라노 작가는 “한국에 친구들이 많고 독자들도 있다”고 했다. 특히 김연수나 은희경 등 한국 소설가의 작품이 등장인물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일본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도 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두 나라가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일 관계 해법에 대해 “소설에서는 한국인, 일본인, 남자, 여자 같은 특정 범주가 중요하지 않다. 징용피해자라는 범주가 아닌 개개인의 한 인간을 주목한다면 (일본인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복잡함을 인정하고 접점을 찾아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교토대를 졸업하고 1998년 소설 ‘일식’으로 데뷔한 그는 등장과 함께 일본 문단의 스타로 떠올랐다. ‘마티네의 끝에서’ ‘결괴’ 등 20여 편을 출간했고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지난해 재일교포 3세가 주인공인 소설 ‘어떤 남자’를 펴냈다. 그는 “학창 시절 만난 재일교포를 생각했다. 그들이 지금 이 시대를 어떻게 지낼지 고민하며 집필했다”고 설명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히라노 게이이치로#강제징용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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