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가짜뉴스 광고로 페이스북에 ‘한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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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트럼프 재선 공식지지”… 허위광고 게시물 페북에 실어
정치광고 게재 규정 완화 꼬집어… 외신 “워런의 기발한 역공” 평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대선 주자 1위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70·매사추세츠·사진)이 페이스북에 일부러 가짜뉴스 광고를 만들어 게시했다. 페이스북이 최근 허위 사실을 포함한 정치 광고 게재도 허용한 것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다.

워런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속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지지 공식 선언’이란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저커버그가 악수하는 사진도 첨부했다. 게시물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졌다.

그런 뒤에 워런 의원은 “‘이게 정말인가?’라고 여러분은 생각했을 것이다. 음… 사실은 아니다(죄송). 하지만 트럼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거짓말을 하도록 저커버그가 고삐를 풀어준 것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워런 의원의 대선 경선 캠프는 페이스북이 명백한 허위 사실도 걸러내지 못한다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서 가짜 정치 광고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워런 의원은 “우리는 허위 사실을 담은 정치 광고를 페이스북 광고 플랫폼에 제출했다. 여러분이 보다시피 즉시 광고 승인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은 정치인들이 여러분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둘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스스로에 대한 허위 사실마저 광고하도록 했다”며 페이스북이 가짜뉴스로 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24일 정치인의 광고 게시물에 대한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정치인의 콘텐츠가 회사 규정을 위반해도 팩트 체크를 하거나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치인의 게시물은 그 자체로 뉴스 가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전에는 자체 규정에 따라 ‘기만적, 허위·오해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를 금지해 왔다.

워런 의원은 페이스북과 트럼프 대통령의 ‘밀월’을 의심했다. 그는 “이 같은 규정 완화가 저커버그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백악관에서 회동한 뒤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광고비로 일주일에 100만 달러씩 페이스북에 지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선 캠프는 페이스북에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와 유착됐다는 정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이 삭제를 요청했지만 페이스북 측은 해당 광고가 자사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서 거부했다. 외신들은 ‘워런이 기발한 방법으로 페이스북에 한 방 먹였다’고 평가했다.

워런 의원은 페이스북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과 대립각을 세워 왔다. 이들이 가짜 뉴스를 방치하면서 민주주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IT 공룡들을 분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내부 회의에서 “워런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페이스북은 법적 소송에 휘말릴 것이다. 누군가 존재를 위협하면 격렬하게 달려들어 싸워야 한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엘리자베스 워런#페이스북#마크 저커버그#도널드 트럼프#허위광고#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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