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수상자 페터 한트케
작가 어머니 소재 ‘소망 없는 불행’… 억압적 굴레에 맞선 여인의 성장기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아내를 찾는 여정서 자신을 되찾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페터 한트케(77)는 전방위적 글쓰기로 관습과 권위에 저항해 온 작가다. 그는 10대 시절부터 비틀스나 롤링스톤스에 열광했고 영화를 좋아했다. 소포클레스나 셰익스피어를 번역했고, 빔 벤더스 감독과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1990년대 유고 내전의 ‘전쟁범죄자’ 밀로셰비치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게 됐는데, 이것은 전쟁과 살상, 독재와 민생 그리고 민족주의 등과 관련해 좀더 복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의 대표작을 알아본다.
‘관객모독’이 초연된 것은 24세 때였다. 1막의 이 작품은 ‘공연된다’기보다는 ‘말해진다’. 어떤 이야기나 사건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서너 사람이 아무렇게나 입고 나와 관객에게 말을 걸며 잡담을 늘어놓는다. 이것은 1960년대 지배적이던 브레히트 연극의 교훈적 기록적 경향에 반기를 든 것이었다. 한트케에게 중요한 건 줄거리를 통한 교육이나 계몽이 아니라, 연극 자체에 집중하면서 배우와 관객의 관계를 새로 모색하는 것이었다.
‘페널티 킥을 앞둔 골키퍼의 불안’(1970년)은 골키퍼 출신 한 노동자의 이야기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이 해고되리라고 여기고 직장을 그만둔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빈 시가지를 가로질러 한 극장검표원을 만난다. 그는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 뒤 그녀를 목 졸라 죽인다. 그는 버스를 타고 남쪽 국경지대로 이전 애인을 찾아간다. 하지만 여기서도 마음은 안정을 얻지 못한다. 그는 경찰이 자기를 추격하고 있다고 여기면서 계속 길을 떠난다. 이야기는 그가 체포되기 전에 끝난다.
한트케의 어머니는 오랜 우울증 끝에 자살하는데, 이때의 경험을 담은 것이 ‘소망 없는 불행’(1972년)이다. 슬로베니아 사람이었던 그녀는 공부도 잘했고 쾌활했지만, 집에서는 기를 펴지 못했다. 그러다 15세 때 집을 떠난다. 이 작품은 어려운 환경 속의 한 여성이 그런 억압적 굴레에서 벗어나 자기를 실현시켜가는 성장 과정을 묘사한다. 이 작품은 영화로도 제작했다.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1972년)는 오스트리아 출신 한 청년이 어느 날 아내의 편지를 받고 그녀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그렸다. 미국으로 떠난 여행에서 그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배우며 자신의 어린 시절과 아내와의 관계를 새로 생각하고, 자신을 다시 정립하는 계기를 얻는다. 그들의 만남은 결국 헤어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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