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논란 불끄기 ‘선제적 안전대응’
정부 “배터리결함 아냐” 결론에도 부정여론 커지자 고강도 대책발표
특수 소화시스템 전면도입 예정
LG화학 “화재안전제품 테스트중”
삼성SDI가 14일 자사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내부에 불이 나도 자체로 진화할 수 있는 특수 소화시스템을 전면 도입하는 등 고강도 안전성 강화 조치를 내놓았다. 이를 위해 삼성SDI의 올 2분기(4∼6월) 영업이익에 맞먹는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
2017년 이후 ESS 화재 사고가 잇달아 일어났고,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화재원인을 배터리 결함 탓이 아닌 ‘미흡한 안전기준·관리부실 등으로 인한 인재(人災)’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사회적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자 삼성이 선제적 대응 조치에 나선 것이다.
삼성SDI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ESS 안에서 발화해도 대형 화재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특수 소화시스템’을 개발했고, 새로 판매할 ESS 장치에 전면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설치·운영 중인 국내 1000여 개의 ESS에도 새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로 인한 추가 비용은 약 1500억∼2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1573억 원이었다.
허은기 삼성SDI 시스템 개발팀장(전무)은 “특수 소화시스템은 내부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 불이 붙기 시작하면 특수 약품이 자동으로 분사돼 1차적으로 불을 끄는 시스템”이라며 “또 열 확산 차단재가 함께 구성돼있어 특정 셀에 불이 붙어도 다른 셀로 번지는 것도 막는다”고 설명했다.
ESS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으로 만든 전기에너지를 배터리에 모은 뒤 필요할 때마다 쓸 수 있도록 한 전력창고 개념의 장치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안정적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7년 5월부터 현재까지 전국에서 총 26차례 화재가 발생했다. ESS 화재 26건 중 9건은 삼성SDI, 14건은 LG화학 배터리를 사용하는 사업장이었다.
설비의 핵심이 배터리인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SDI, LG화학처럼 배터리를 공급하는 회사 외에도 ESS 설치 및 시공업체, 운영업체가 관여하고 있다.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동안 화재 원인을 조사한 뒤 △전기적 충격의 영향을 차단하는 시스템 미흡 △먼지 결로 등 외부 환경 △설치 부주의 등을 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삼성SDI 측은 “우리 회사 배터리 자체가 화재의 원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사회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건전한 ESS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고 했다. 2016년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고와 리콜 등의 경험으로 ‘안전을 가장 우선한다’는 내부 의지가 반영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LG화학도 입장문을 통해 “자사의 ESS 안전성 강화를 위해 IMD(이상 발생 시 전원을 차단해 화재를 예방하는 장치) 등 여러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있다”며 “화재 확산 위험을 막기 위해 화재 확산 방지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며 추가 테스트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ESS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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