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13일 오후, 조국 법무부 장관이 탄 차량이 국회를 빠져나왔다. 검찰 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당정청협의회를 마친 조 장관이 향한 곳은 청와대.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김조원 민정수석비서관 등과 함께 만나 “이제는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도 조 장관의 거취에 대해 결심을 굳히고 있던 터라 별 이견 없이 방향이 정해졌다. 사퇴 발표 시점도 14일 오전 조 장관이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이어 오후 2시 사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지 35일 만이다.
○ 文, 광화문과 서초동 대립에 사퇴로 기울어
복수의 청와대 및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장관의 퇴진은 전격적으로 결정된 게 아니라 임명 단계부터 어느 정도 정해진 수순이었다. 문제는 시점이었던 것. 첫 번째 계기는 3일 광화문과 5일 서초동에 각각 모인 대규모 인파였다.
광화문에 조 장관 사퇴를 외치는 함성이 가득 찼던 다음 날인 4일 청와대 참모들은 “일부 시위대가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보수 야당 등에서 동원한 것 같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이런 참모들의 보고를 들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 대통령 특유의 반응이다. 문 대통령과 참모들의 인식 차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규탄하는 5일 서초동 촛불집회가 끝난 뒤인 7일에도 여전했다. 당시 참모들이 작성한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 초안에는 조 장관 관련 내용이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직접 광화문, 서초동 집회와 관련된 내용을 써내려갔다.
극명하게 나눠진 민심에 문 대통령은 고심을 거듭했고, 결국 조 장관의 거취를 정리하는 쪽으로 결심한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관저에서 광화문 집회의 함성이 들린다. 문 대통령은 3일 오후부터 다양한 경로로 ‘조국 정국’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고, 거취 결정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론 분열에 따른 부담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는 얘기다. 7일 수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절차에 따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검찰 개혁안이 본궤도에 오르면 조 장관의 거취를 정리하겠다는 의미다. 지난주 내내 문 대통령과 민정수석실은 조 장관 거취에 대한 의견 수렴을 이어갔다.
○ 靑 자체 여론조사도 ‘사퇴’… “디데이는 14일뿐”
여기에 7일 문 대통령의 수보회의 발언 이후 실시된 정무수석실의 자체 여론조사도 영향을 미쳤다. 조 장관에 대한 찬반, 윤 총장에 대한 찬반, 문 대통령의 지지율, 정당별 지지율 등이 주요 문항이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1일 전후 여론조사 결과가 취합됐다. 결과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조 장관이 장관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0%대,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 수사가 맞다는 응답은 70%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하락했다. 특히 중도층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지지율도 50% 선이 무너졌고,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에 뒤처졌다. 문 대통령의 결심이 더 굳어지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13일 이낙연 국무총리,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이 참석한 당정청회의가 소집됐다.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진 긴급회의에서 조 장관 거취에 대한 문 대통령의 뜻이 전달됐다. 여권 관계자는 “회의 참석 인사들이 조 장관의 사퇴로 뜻을 모아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문 대통령의 뜻을 가지고 후속 대응을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했다. 사퇴 시점은 자연스럽게 14일로 수렴됐다.
15일은 조 장관이 출석해야 하는 법무부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었다. 이어 주 후반부 검찰은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컸다.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도 임박한 상황이었다. 또 다른 청와대 참모는 “등 떠밀리듯 조 장관을 경질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결국 ‘디데이’는 국감 전날인 14일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사퇴문을 공개했다. 이어 오후 5시 38분,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8월 9일 조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66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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