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개 하천 범람 24개 제방 붕괴… 방사성 폐기물 행방 아직 몰라
자민당 간사장, 대규모 피해에도 “그런대로 수습됐다” 발언 논란
14일 오후 찾은 일본 도쿄 북동쪽 도치기현 사노(佐野)시는 말 그대로 ‘진흙 마을’이었다. 편의점과 커피전문점 등 주요 상점마다 진흙이 들어찼다. 중고 자동차 매장의 자동차 수십 대도 진흙으로 뒤덮였다. 음식점 주인 미야케 유야 씨는 “태풍이 몰아닥친 날 가슴까지 물이 차올라 동네가 바닷속 같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뒤처리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NHK에 따르면 12, 13일 일본을 강타한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사망자는 14일 오후 10시 현재 58명으로 늘었다. 후쿠시마현(18명), 미야기현(10명) 등 도호쿠 지역은 물론이고 가나가와현(12명), 도치기현(4명) 등의 인명 피해가 컸다. 14명이 실종 상태여서 사망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부상자도 211명에 달한다.
국토교통성은 이날 “21개 하천에서 제방이 24군데 무너졌고 142개 하천에서 범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노시가 포함된 도치기현에서는 아키야마(秋山)강 등이 범람해 4명이 숨졌다. NHK에 따르면 빗물로 강물이 불어났고 물살을 이기지 못해 제방이 무너지면서 마을을 덮쳤다. 1500채 이상의 가옥이 침수됐고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포클레인 등을 동원해 복구 작업을 하던 효도 신고 씨는 “둑이 무너져 물이 불어났을 때 살기 위해 아내와 함께 자녀 2명을 안고 무작정 대피소로 향했다. 이런 재난은 처음”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TV아사히는 13일 후쿠시마현 다무라시에서 실종된 방사성 폐기물 자루의 행방을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시 관계자는 “총 몇 개가 유실됐는지 조사 중”이라며 “자루가 열려 내용물이 흘러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NHK는 집권 자민당의 ‘2인자’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13일 당 간부 회의에서 태풍 피해 상황에 대해 “그런대로 수습됐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대규모 인명 피해 상황에서 부적절한 언급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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