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80)와 영국 흑백 혼혈 작가 버나딘 에바리스토(60)가 14일(현지 시간)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부커상을 공동 수상했다. 1992년 이후 27년 만의 공동 수상이며 여성 작가 두 명의 공동 수상은 이번이 최초다. 둘은 상금 5만 파운드(약 7500만 원)를 나눠 갖는다. 부커상은 미국 퓰리처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CNN 등에 따르면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총 6편의 후보작 중 애트우드의 ‘증거들’,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성, 다른 것’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시녀 이야기’ 등 페미니즘 소설로 유명한 애트우드는 2000년 ‘눈먼 암살자’로 이미 부커상을 받았다. 두 번째 수상작인 ‘증거들’은 여성을 출산 도구로만 여기는 전체주의 사회를 고발한 작품이다. 그는 해마다 노벨 문학상의 유력 후보로도 거론된다.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환경단체 ‘멸종 저항’의 배지를 달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에바리스토는 나이지리아 출신 부친과 백인 영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흑인 여성 최초로 부커상을 수상했다. ‘소녀, 여성, 다른 것’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19∼93세 흑인 여성 12명의 삶을 그렸다. 소설 안에 시, 산문 등 다양한 방식을 결합시켜 실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부커상은 1974년, 1992년에도 공동 수상자를 선정했다. 하지만 공동 수상으로 수상작의 권위가 약해진다며 지난 27년간 공동 수상을 하지 않았다. 올해 관례를 깬 이유를 두고 심사위원들은 “5시간이 넘게 논의했지만 두 작품이 모두 훌륭해 한 명에게만 수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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