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54)의 동생 조모 씨(52·전 웅동학원 사무국장)가 웅동중 정교사 지원자들에게 건당 8000만∼1억3000만 원을 받고 필기시험 문제와 답안, 실기수업 과제와 면접 문항 등을 제공한 사실이 16일 밝혀졌다. 조 씨에게 돈을 건넨 지원자들은 2016∼2017년 정교사 채용 전형에서 두 자릿수 경쟁률을 뚫고 사회 교사로 임용됐다.
○ 조 전 장관 동생이 ‘교직 매매’ 기획, 금액도 정해
16일 공개된 조 씨 공범들의 공소장에 따르면 웅동학원 정규직 교사 ‘매직(賣職)’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조 씨였다. 웅동학원은 1985년 조 전 장관 부친이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34년간 조 전 장관 일가가 이사장, 이사, 행정실장을 맡아온 사학재단이다. 조 씨는 2006년부터 웅동학원 사무국장을 맡아 학원 재산 관리와 교직원 채용 등에 관여했다.
조 씨는 2015년 로펌 사무장 출신 초등학교 후배 A 씨에게 “1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을 내고서라도 정교사에 채용되려는 의향자를 소개해 달라”고 제안했다. A 씨는 고교 야구부 감독 출신 B 씨를 끌어들여 대상자 물색에 나섰다. 돈만 주면 필기시험(1차)과 실기·면접(2차) 문항을 ‘풀코스’로 제공한다는 말로 교사 희망자의 부모들에게 접근했다.
조 씨는 뒷돈 제시액(1억 원)이 크다며 망설이는 학부모와 가격을 협상해 2000만 원을 깎아주기도 했다. 2016년 1월 한 사립대 사범대를 졸업한 학생의 부모로부터 1억3000만 원, 2017년 1월 중학교 기간제 교사 부모로부터 8000만 원의 돈을 챙겼다. 2016년과 2017년 1명씩 뽑은 사회 교사 모집에는 각각 24명, 18명의 지원자가 몰렸는데 돈을 낸 응시자들은 모두 필기시험에서 만점(100점), 실기·면접 시험에서 최고점을 받고 합격했다. 조 씨는 8월 말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A 씨와 B 씨를 해외로 도피시키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
○ ‘시험 관리자’ 조 전 장관 모친 조사 불가피
15일 A, B 씨를 구속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조 씨가 교직 매매를 기획하고 시험지를 유출하는 과정에 관여한 또 다른 ‘공모자’가 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웅동중 교사 임용계획서에는 ‘필기시험 출제를 경북 동양대에 의뢰했다’는 부분이 적시돼 있다. 동양대에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57)가 재직하고 있다. 정 교수는 2013년 9월부터 현재까지 웅동학원의 이사를 맡고 있다. 하지만 동양대 측은 “시험 출제 의뢰가 오면 용역 계약을 맺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출제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제 출제자가 누군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웅동학원은 시험 문제 유출을 막기 위해 1차 필기시험지와 답안지를 이사장이 직접 외부 출제자에게 받아 보관하다가 시험 시작 1시간 전에 행정실장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2차 수업실기 과제와 면접 문항도 교장과 교감만 상의해 시험 당일 공개하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의 모친 박모 이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험지 보관과 임용계획서 작성을 맡는 행정실장으로 조 전 장관의 처남이자 정 교수의 오빠인 정모 씨가 2007년부터 올해 초까지 12년간 근무했다. 조 씨는 박 이사장의 집에서 몰래 시험지를 빼냈다며 모친의 관여를 부인하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이유로 구속영장 실질심사 일정을 미루려 했던 조 씨는 현재 병원에 입원해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 측은 “수술하면 증세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고민 중이다. 영장이 재청구되면 휠체어를 타고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만간 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해 신병을 확보한 뒤 조 씨가 빼돌린 1, 2차 채용평가 문제의 유출 과정을 집중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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