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한 탄핵 정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현직 참모 간 공방으로 번졌다. 지난달 사퇴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겸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각각 서로를 ‘수류탄’과 ‘원자폭탄’으로 공격하며 사태의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피오나 힐 전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 러시아 담당 고문은 14일 의회 증언을 통해 “볼턴 전 보좌관이 줄리아니 전 시장의 행보를 우려했다. 그를 수류탄(hand grenade)으로 불렀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대통령이 비선(秘線)인 줄리아니 전 시장을 통해 우크라이나 측에 정적(政敵)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의 수사를 압박한 것에 경악했다. 그는 이를 ‘마약 거래’라고 표현했고 자신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힐 전 고문에게도 “줄리아니 전 시장이 백악관 변호사들과 접촉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라”고 지시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15일 반격에 나섰다. 그는 NBC에 “볼턴이 누군가를 수류탄으로 부른다니 역설적이다. 많은 사람이 그를 원자폭탄(atomic bomb)으로 묘사하지 않나”라고 받아쳤다. 그는 뉴욕매거진에도 “볼턴이 백악관을 떠나기 전 내게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언급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볼턴 전 보좌관의 증인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스티븐 린치 하원의원(매사추세츠·민주)은 “볼턴이 줄리아니를 수류탄이라고 불렀다는 자체가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며 증인으로 부를 뜻을 드러냈다. 전직 핵심 참모와 개인 변호사 간 공방까지 벌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 대응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대통령의 방어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다만 미국 경제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탄핵 조사와 상관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이날 내년 대선 전망 보고서에서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 대통령이 2016년 대선(538명 중 304명)보다 더 많은 선거인단 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또 다른 주역인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4차 TV토론에서 “나와 아들은 잘못한 게 없다. 트럼프는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이며 의회가 탄핵 조사를 추진하지 않으면 직무 태만”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외아들 헌터도 ABC 인터뷰에서 “잘못된 판단을 한 적은 있어도 불법을 저지른 적은 없다. 줄리아니와 트럼프 대통령 측이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아들의 사업을 돕기 위해 헌터가 이사로 재직했던 우크라이나 천연가스사 부리스마홀딩스의 비리를 수사하던 검찰총장 해임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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