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사장, 직원 평가제 개편… 고객과 소통-상담 만족도 기준 삼아
수익 감소 우려에도 밀고 나가… 상반기 3896억 반기 최고 실적
NH투자증권이 올해 초 직원 평가제도(KPI)를 소비자 만족 위주로 개편한 뒤에도 회사 실적은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회사 실적에 대한 기여도로 매기는 직원 평가를 고객 만족도 기준으로 바꾼 것은 국내 금융업계에서 처음 시도된 변화다. 최근 파생결합상품(DLF) 대규모 손실 사태 등 기존 금융권 성과주의의 폐해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례는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취임한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56·사진)은 올해 1월 KPI를 기존 실적 중심에서 ‘과정가치’ 중심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과거 NH투자증권은 다른 금융사들과 마찬가지로 영업점 직원이나 프라이빗뱅커(PB)의 실적을 평가할 때 판매한 상품의 수나 판매액, 수수료율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고객과의 소통 횟수, 고객의 상담 만족도 등 ‘고객 만족 지표’로만 직원들을 평가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회사 안팎에서는 실적 감소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이에 30년 넘게 직접 영업 현장을 누벼온 정 사장은 사내 편지를 통해 “수익은 줄겠지만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 고객 신뢰가 중요하다”며 수익 감소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새로운 평가 시스템이 시행된 지 반년이 지난 결과 NH투자증권의 실적은 오히려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1∼6월)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3896억 원으로 반기 기준 최고 실적을 올렸다. 특히 고객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WM사업부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보다 3.9% 늘어난 2772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각종 비용을 뺀 경상이익은 같은 기간보다 69% 늘어난 432억 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의 성향과 요구를 반영해 제작할 수 있는 사모펀드 판매가 늘어난 것도 수익 증대의 요인이 됐다.
회사 관계자는 “KPI 개선으로 PB들이 수수료가 많은 상품 대신 고객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소개하다 보니 가입 금액이 커진 것은 물론이고 불완전판매나 민원 발생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영업 직원들이 수수료가 높은 고위험 상품들을 무리해서 팔 이유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최근 해외금리 파생결합상품 사태로 홍역을 치른 국내 은행권도 실적 중심 KPI를 문제의 한 원인으로 보고 이를 개선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고객 만족 지표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PB 서비스를 받는 고객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고객이 자산 현황에 맞는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자문서비스를 강화한 상품을 내놓고,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등 디지털 분석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투자 전략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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