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예정에 없던 긴급 경제관계장관 회의를 개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해외 출장을 간 상황에서 대통령이 갑자기 경제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기업 투자를 지원하고 규제 혁신에 속도를 내는 등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통령이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민간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국내외 경제에는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6일 “앞으로 1년∼1년 6개월 사이에 세계가 경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인하하면서 여건에 따라 추가 인하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그만큼 경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6%에서 2.0%로 대폭 끌어내렸다. 한국은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렇게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다가는 도로 2만 달러로 주저앉을까 걱정이다. 실제로 스페인 그리스 등 여러 나라가 3만 달러를 넘었다가 다시 2만 달러로 후퇴한 바 있다.
정부는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고 기업들이 경영난을 호소하자 주 52시간제 보완 등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들에 6개월간 처벌을 유예하고,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인정하는 범위는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작금의 경제 상황을 고려한다면 단지 6개월 처벌 유예를 검토할 것이 아니라 주 52시간제의 업종별 다양화 등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한다.
문 대통령은 어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광역교통망 조기 착공 등 건설 투자 확대도 지시했다.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말해 왔으나 적절한 건설 투자는 경기 침체를 돌파하고 새로운 투자동력을 일으키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다. 필요한 건설투자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예정된 재정 집행의 속도를 내는 것과 함께 민간 투자를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회도 탄력근로제 확대와 데이터 3법 등 경제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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