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키 고젠 스님 지난달 16일 입적… 유골 발굴하고 한국에 진상 전해
종각 짓고 매년 위령제 열어… 양심적 활동 1985년 다큐로 제작
일본 간토(關東) 대학살 때 억울하게 희생당한 조선인의 넋을 위로하는 데 평생을 헌신한 일본 승려 세키 고젠(關光禪·사진) 씨가 지난달 16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고인의 별세 소식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인 오충공 감독에 의해 17일 뒤늦게 알려졌다. 간논사(觀音寺) 주지였던 고인은 1923년 간토 대지진 당시 지바(千葉)현 다카쓰(高津) 지역에서 일본인 자경단이 조선인들을 학살한 사건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고인은 마을 사람들이 숨겨오던 학살 사실을 한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했다. 한국의 김의경 현대극장 이사장(2016년 별세), 심우성 민속연구소 소장(2018년 별세) 등의 도움을 받아 다카쓰 지역에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범종과 종을 달아두는 누각(종루)을 설치했다. 간논사는 학살 장소 인근에 있었는데, 고인은 희생자들을 공양하는 위령제를 매년 지냈다. 고인은 또 일본 시민단체와 함께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1998년 발굴 작업을 시작해 유골 6구를 찾았고, 이듬해 종루 옆에 위령비를 세웠다.
오 감독은 고인의 생전 모습과 1985년 범종 및 종루 건립 과정 등을 다큐멘터리 영화 ‘불하된 조선인’에 담았다. 그는 “스님은 일본인의 부끄러운 학살 사건을 세상에 알린 양심적 인물”이라고 말했다.
간토 대지진 당시 사망한 조선인들의 명부는 일본 공식 문서에 있었다. 도쿄 스미다(墨田)구 요코아미(橫網)정에 있는 도쿄도 위령당의 봉안당 창고에서 2008년 발견한 ‘지진 재앙 사망자 명부’를 분석한 결과 조선인 기록이 포함돼 있었다고 오 감독은 밝혔다. 사망자 명부에 약 5만 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이 적혀 있었는데, 그중에서 조선인 71명이 확인됐다.
간토 대학살은 규모 7.9의 대형 지진이 발생한 뒤 일본인 자경단, 경찰, 군인 등이 조선인을 집단 학살한 사건. 대지진 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했다” 등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잔혹한 행위를 한 것이다. 대지진 당시 사망자는 10만5000여 명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독립신문의 기록에 따르면 조선인 6661명이 학살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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