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체전 조정서 첫 금메달
조정 입문 10개월만에 쾌거… “내년 도쿄 패럴림픽 출전 목표”
푸르른 가을 하늘과 물이 어우러진 경기 하남시 조정카누경기장. 3번 레인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예비역 중사 하재헌(25·SH공사)의 표정은 환하기만 했다. ‘목함지뢰 영웅’이 장애인 조정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하재헌은 17일 열린 제39회 서울장애인전국체육대회(장애인체전) 조정 남자 싱글스컬 PR1 1000m에서 5분20초12의 기록으로 생애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PR1은 지체장애등급 중 허리 아래를 쓸 수 없는 중증으로 참가자들은 어깨와 팔로만 노를 젓는다. 지난해 은메달을 목에 건 하재헌은 지난해 기록(5분58초64)을 30초 이상 앞당기며 2020년 도쿄 패럴림픽 출전 전망을 밝혔다.
하재헌은 육군 1사단 수색대대 하사로 근무하던 2015년 8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을 수행하던 중 북한이 매설해 놓은 지뢰를 밟아 두 다리를 잃었다. 하지만 그의 사전에 포기는 없었다. 사고 후 약 1년 동안 21차례의 수술을 받은 그는 퇴원 후 접한 조정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올해 1월 전역한 그는 조정 선수로 전업했고 4월 창단한 SH공사 장애인조정선수단에 입단해 전문 훈련을 시작했다. 부상 이후 불현듯 밀려오는 환상통(없어진 신체 일부가 있는 듯이 느껴지는 고통)과도 싸우느라 늘 진통제를 삼키면서도 단내 나는 훈련을 버텨 갔다.
이번 대회에 앞서 그는 이슈의 중심에 섰다. 국가보훈처가 9월 그에게 공상(公傷) 판정을 내린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작전 수행 중 부상을 당한 그가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 판정을 받자 보훈처를 향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결국 2일 재심에서 전상 판정을 받았다.
이날 그는 주위의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러울 만했지만 힘차게 노를 저었다. 지난해 우승자인 이종경(46·강원도청·6분8초44)을 크게 앞섰다. 하재헌은 “대회 전 많은 관심으로 부담감이 컸다. 1등을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한시름 놓았다. 오늘 1등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세계무대,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게 내 목표”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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