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친북 성향 대학생 17명이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 난입해 기습 시위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인 이들은 준비한 사다리를 타고 관저 담을 넘은 뒤 ‘해리스(주한 미대사)는 이 땅을 떠나라’ ‘미군 지원금 5배 인상 규탄’ 등 반미 구호를 1시간 넘게 외쳤다.
미 국무부는 사건이 벌어진 후 한국 정부가 모든 주한 외교 공관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우방국의 요청이나 국제협약을 떠나 외국 공관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의무다. 특히 주한 미대사관, 대사관저, 문화원 등은 과거에도 반미 시위대에 의한 점거가 잦았던 곳이다. 지난해 9월에는 조선족 여성이 한밤에 미 대사관저에 무단 침입했다. 13개월 만에 같은 장소가 두 번이나 뚫린 것이다. 올 6월에는 한 남성이 차에 부탄가스 한 박스를 싣고 미 대사관 정문으로 돌진한 일도 있었다. 4년 전인 2015년 3월엔 마크 리퍼트 당시 대사가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어이없는 것은 그들의 침입을 눈뜨고 지켜보기만 한 경찰의 태도다. 해당 장소에는 이미 언론 취재진이 와 있었음에도 사전에 시위가 벌어질 것을 감지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이 줄줄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도 적극 저지하지 않았다. 관저 안에서도 성추행 시비를 우려해 남성들만 끌어내고 여성들은 포위한 채 40여 분간 여경 부대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사다리를 치우면 시위대가 다칠 수 있어 무리하지 않았다”는 경찰의 답변은 실소를 넘어 우리 공권력이 이렇게까지 무기력한지 참담함만 낳게 할 뿐이다. 외국 공관을 제대로 지키지는 못할망정 침입자가 다칠까 봐 막지 않았다는 말이 경찰이 할 말인가. 만약 난입한 이들이 화염병이나 흉기를 소지했다면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건 발생 후 경찰은 경비 인력을 늘리는 등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법 행위를 막는 것보다 시위대와의 시비를 더 걱정하는 한 유사한 사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 담장을 넘어도 다칠까 봐 지켜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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