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명예실추” 최고위원 박탈… 비당권파 “손학규, 후배들 잡아먹어”
孫 “꼴통 보수… 갈사람 빨리 가라”, 내달 15일 정당보조금 지급 변수
‘합리적 진보세력’(국민의당)과 ‘개혁적 보수세력’(바른정당)의 협력을 표방한 바른미래당의 정치실험이 총선을 6개월 앞두고 막을 내릴 위기다.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가 안철수 전 대표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이준석 최고위원을 징계하면서, 유승민 전 대표 등 비당권파는 탈당과 신당 창당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실행계획 검토에 돌입했다. 22석이지만 원내 3당으로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온 바른미래당이 분당 수순으로 접어들면서 하반기 정국에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20일 이 최고위원 직위해제 징계 결정과 관련해 “3월 이 최고위원의 발언은 당과 당원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킨 심각한 해당 행위”라고 했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사당화의 도구로 윤리위가 사용되는 것 자체도 개탄한다”고 받아쳤다. 9월 손학규 대표에게서 직무정지 징계를 받은 하태경 의원도 19일 페이스북에 “손 대표는 안철수·유승민이 만든 정당을 완전히 말아드셨다. 결국 후배들을 다 잡아먹었다”고 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자유한국당으로 가겠다는 사람은 당을 망치지 말고 빨리 가라”면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만나는 것(유 전 대표 발언)은 ‘꼴통 보수’를 다시 추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의 내분은 4·3 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손학규 간판으로 총선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는 바른정당계와 일부 친안철수계 의원들의 ‘손 대표 퇴진 요구’로 본격화된 뒤 6개월 만에 분당 국면으로 치달았다. 4, 5월 패스트트랙 정국 때 당권파 및 김관영 당시 원내대표 등 호남 출신 의원들과 바른정당계가 정면으로 출동하면서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게 결정적이었다. 5월 바른정당계 오신환 원내대표 당선 뒤 손 대표 퇴진 운동이 본격화됐고, 손 대표 등 당권파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징계, 고소 등 강경 대응을 했다. 당 갈등의 ‘키맨’이 될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선 양측이 모두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안 전 대표는 당분간 미국에서 돌아올 생각이 없다고 한다.
당 안팎에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4분기 정당보조금 지급일인 다음 달 15일이 바른정당계의 탈당 디데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분기 바른미래당은 24억 원의 정당보조금을 받았는데, 대부분이 탈당하면 의원직이 상실되는 비례대표인 안철수계 의원들을 제외하고 바른정당계만 교섭단체를 이루지 못한 채 탈당하면 4분기엔 탈당파는 5억 원 남짓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 관계자는 “유승민 안철수 손학규 등 합리적 인물들이 ‘새 정치’를 해 보자고 합당했는데, 1년 내내 퇴진론과 징계, 고소 고발 등 ‘막장 정치’만 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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