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뿐 아니라 ‘기소 후’에도 원천적으로 공보 활동을 금지하는 법무부령을 입법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퇴임한 다음 날인 15일 관보를 통해 법무부령인 ‘인권보호수사규칙(안)’을 4일 동안 입법 예고했다.
이 안의 제8절 수사상황의 공개 등은 “검사는 수사 또는 내사 중이거나 이를 종결한 범죄사건에 관해 법령 또는 법무부 장관이 훈령으로 정하는 예외적인 경우 이외에는 내용을 공개해선 안 된다”고 정한다. 기소 후를 뜻하는 ‘종결한 범죄사건’에 대한 공보를 제한함으로써 공판이 시작된 이후에도 검찰 공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선 수사 중이 아니라 기소 후에도 공보를 금지하는 건 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판이 시작되면 검찰과 변호인 측이 각자의 주장을 펼쳐야 하지만 이 규칙안대로라면 검찰의 공보 기능은 사실상 없어져 오보 대응이 불가능하고, 국민 알권리가 침해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법무부가 당정이 추진 중인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안)’을 시행하기 전 상위 법령인 이 규칙을 만들어 논란의 소지를 막으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되는 상황에서 입법 예고가 이뤄진 점도 논란이다. 법무부령이라 국회 차원에서의 논의나 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 없이 현재 법무부 장관 업무를 맡고 있는 김오수 법무부 차관의 서명이 있으면 즉시 시행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이 규칙안 혜택을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 전 장관이 가장 먼저 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 이상으로 정하는 입법 예고 기간이 4일(15∼18일)에 불과한 점도 지적받고 있다. 법무부가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빠르게 걸기 위해서 입법 예고 기간을 줄이면서 관계기관들의 의견 수렴이 미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입법 예고 기간은 법제처와 협의를 통해 정했다. 규칙안은 현재 ‘안’ 상태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이 규칙안을 조 전 장관이 서명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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