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신부의 열다섯 번째 전시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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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신부 40년 화업 회고전… 유화-옻칠 그림 등 100여점 선봬

건칠분으로 그린 2013년 작품 ‘흑백 논리의 위험성’. 김태원 신부 제공
건칠분으로 그린 2013년 작품 ‘흑백 논리의 위험성’. 김태원 신부 제공
가톨릭 사제이자 화가인 김태원 신부(67)가 다음 달 13∼19일 서울 강남구 갤러리원에서 ‘15번째 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는 1979년부터 시작된 40년의 화업을 정리하는 의미의 회고전이다. 파리 유학 시절 그렸던 드로잉과 동판화, 1995년부터의 유화, 2006년부터 그려 온 옻칠 그림 등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작품 중 ‘인간의 한계 1, 2’는 어떤 때는 꽃이 되고 어떤 때는 다투기도 하는 세상사를 담았다.

“때로는 화를 분출하고, 또 다른 때는 선함을 분출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붉은 흔적을 보고 피를 연상하더군요. 그렇게 보일 순 있겠지만 피를 형상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인간이 생각하고 뿜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김 신부는 1979년 프랑스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그림을 접했다. 어릴 때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신부라고 그림을 그리지 말란 법이 있나요. 신학 공부를 하면서도 길거리의 그림이 자꾸 눈에 들어 왔어요. 그러다 파리국립미술학교에 다녔죠.”

옻칠 그림은 강원 원주에 정착하고 시작됐다. 1995년 원주 풍수원 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하며 방문한 장익 주교로부터 옻칠을 알게 됐다. 무형문화재 12호 김상수 장인과 부산 신라대 권상오 교수가 저술한 책 등을 보면서 기법을 알아 나갔다.

그는 건조한 은행나무 위에 삼베, 참숯가루, 황토를 일정한 비율에 맞춰 바탕을 만든다. 이 위에 안료 가루를 붙이는 ‘건칠분’ 그림을 그린다. 이런 방식의 작업을 하면 작품이 오래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선 ‘내 방 안에 있는 범고래’와 ‘내 방 안에 있는 상어’도 선보입니다. 양면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인데, 원래는 제 방 수족관에 넣어 전시했던 것이죠. 그만큼 옻칠 회화는 내구성이 뛰어납니다.”

신부이자 화가로 살아 온 그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했다.

“생명 존중, 인류애가 저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주제입니다. 그런 사랑을 전하려고 그림도 이젠 애착을 갖지 않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합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건칠분#흑백 논리의 위험성#김태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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