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부총리 “올해 2.4% 성장 어렵다”… 금융위기후 최저 2.0~2.1%로 낮춰
시장에선 “그나마 달성 쉽지 않아”… 생산-소비 부진속 부동산에 돈몰려
강남엔 3.3㎡당 1억원 아파트 등장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0.4%포인트 낮춰 연간으로 2%에 간신히 턱걸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적으로 성장률 전망을 수정할 때는 0.2%포인트 안팎 미세조정을 해왔지만 이번처럼 원래 낮았던 전망치를 10년 만의 최저치로 한꺼번에 깎아내린 건 경제 상황이 급전직하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특히 생산과 소비가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시중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집값만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가 중병에 걸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현지 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2분기(4∼6월) 실적과 3분기(7∼9월) 전망을 종합하면 올해 2.4% 목표 달성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여건을 종합해 수정 전망치를 낸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이 올해 성장률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IMF와 OECD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0∼2.1%로 보고 있다.
홍 부총리가 전망한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2009년(0.8%) 이후 가장 낮다. 또 1970년 이후 성장률이 2%를 못 넘은 건 제2차 석유 파동의 여파를 겪은 1980년(―1.7%),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과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뿐이다.
정부는 7월 초만 해도 올해 2.4∼2.5%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수출이 작년 12월부터 매달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는 데다 투자도 회복되지 않고,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 소비 또한 특별한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3분기 성장률이 0.6%가 돼야 연 2% 성장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제조업체(1051곳)를 대상으로 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4분기 시황, 매출, 수출, 설비투자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특히 정부와 한국은행은 그동안 재정과 금리를 통해 시중에 돈을 풀어왔음에도 제조업 등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게 아니라 부동산 시장만 들썩이는 결과로 이어져 통화정책 등 경기 조절 수단의 손발을 묶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 서초구에서는 3.3m²당 매매가가 1억 원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출현하는 등 주택시장이 이상 과열에 휩싸이며 거품만 극대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에 경기 대응 수단으로 건설 투자를 늘리겠다고 하는 등 경제정책 자체가 시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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