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선전매체가 최근 ‘연평도를 벌써 잊었는가?’라는 제목의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이 15일 국정감사에서 ‘유사시 함박도를 완전히 초토화할 수 있도록 화력계획을 세웠다’고 밝힌 것을 두고 “2010년 우리 군대의 불소나기 맛을 톡톡히 본 자가 정신을 못 차리고 망발을 줴쳐대고 있다”며 대놓고 협박한 것이다.
최근 북한의 대남 망발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가고 있다. 험악한 언사로 남북 간 긴장을 끌어올리는 전형적 수법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2010년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이어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토에 무차별 포격을 가해 우리 국민 2명과 해병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이승도 사령관은 당시 연평부대장으로 북한 도발에 즉각 대응했던 인물이다. 북방한계선(NLL) 이북에 있으면서 우리나라 지번을 갖고 있는 함박도의 북한군 감시장비에 대해 해병대사령관으로서 유사시 무력화 계획을 밝힌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과연 우리 군이 연평도 사건을 똑똑히 기억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경두 장관은 어제 ‘항의성명을 내라’는 야당 의원의 주장에 “그런 것 하나하나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했다. 물론 북한의 말싸움 도발에 정면 대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서해상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충돌’이라고 했던 정 장관인 탓에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게 사실이다. 북한의 적반하장은 남북 화해라는 명분 아래 과거 북한의 못된 소행도 따지지 않고 넘어가려는 정부의 대북자세가 낳은 부메랑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서해 NLL 일대에선 포성이 멈췄다.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이 포 사격훈련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해병부대는 서해 5도에서의 K-9 자주포 사격훈련을 중단했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육지로 나와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일 뿐 그 이상 진전은 없다. 북한은 오히려 과거 자신들의 도발을 끄집어내 협박하고 있다. 군은 말을 앞세우지 않는다. 철저한 대비·응징태세로 보여줘야 한다. 우리의 인내와 아량을 북한이 허약과 방심으로 오판할 수 있음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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