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검사가 인사업무 장악 문제”
檢개혁위, 법무부 脫검찰화 권고
법무부와 유사한 국방부, 외교부도 주요 보직은 군인, 외교관이 담당
적재적소, 신상필벌 인사하려면 검찰 인사는 검사가 맡는 게 순리
검찰개혁이 투 트랙(Two track)으로 진행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회가 결정할 문제다. 그 외 내용은 법무부에 설치된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논의하고 있다.
이달 18일 검찰개혁위는 법무부에 탈(脫)검찰화를 권고했다. 검사들이 법무부에 파견돼 검찰 인사 등 주요 업무를 장악해서 검찰 지휘·감독 기능에 지장을 주고 있으니, 아예 검사들의 법무부 근무를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위의 권고에 따르면, 검찰의 인사·예산·조직을 관장하는 검찰국장과 검사의 교육·훈련을 맡은 법무연수원장 등 법무부의 모든 보직에 검사가 임명될 수 없게 된다.
올해 9월 구성된 제2기 검찰개혁위는 이달부터 매주 회의를 열어 ‘검찰 직접수사 자제’와 ‘특수부 축소’ 등의 개혁 권고안을 내놓았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정책 방향에 관한 것이며, 지향점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의 인사·예산·조직을 총괄하는 법무부에서 검사를 완전 배제하는 것은 법무·검찰 조직의 근간에 직결되는 문제다.
정부조직법상 법무부 장관은 검찰·행형·인권옹호 등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며,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두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검사의 임용·보직 등 인사권과 징계권, 적격심사권을 모두 가진다. 검찰총장은 검사 인사에 권한이 없고, 법무부 장관의 검사 보직 제청 시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뿐이다. 즉 대검찰청은 자체 인사권이 없는 희귀한 외청(外廳)이다. 검사는 국가공무원법상 법관, 외무공무원,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군인 등과 같이 특수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는 ‘특정직 공무원’이다.
법무부, 검찰과 유사한 형태의 행정기관으로는 국방부와 외교부가 있다. 군정 및 군령과 군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국방부에는 헌법상 ‘문민 통제의 원칙’이 엄격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국방부 직제를 보면 주요 군사 업무를 보좌하는 군사보좌관은 장성급(將星級) 장교로 보하고, 국방 정책의 수립·협조·조정을 담당하는 국방정책실장과 정책기획관 등은 장성급 장교로 보할 수 있다. 군인의 인사 업무는 1차적으로 각 군 본부의 참모총장이 담당한다. 군인사법상 장교는 참모총장이 추천하고 국방부 장관이 제청하여 대통령이 임용한다. 외교부 직제를 보면 기획조정실장이나 인사기획관 등 외교부의 대부분 주요 보직은 외무공무원으로 보한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법무부에는 많은 검사가 근무하고 있고, 유럽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와 유사한 검찰 제도를 가진 일본도 법무성의 사무차관과 형사국장(검찰국장), 관방장 등 주요 보직은 검사들이 담당한다.
공직 인사의 기본은 적재적소(適材適所),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군, 외교관, 경찰관 등 특정직 공무원의 인사는 특수 분야에 정통한 해당 특정직 공무원에게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다.
검찰개혁위의 권고안은 대한민국 검사들에 대한 지독한 불신에 기초한다. 그 원인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고, 일면 검찰의 업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혁위의 이번 권고안은 명백히 잘못되었다. 인사권과 감찰권을 모두 가진 법무부 장관이 보좌기관에 불과한 일개 국장, 과장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해서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전횡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검찰 업무를 잘 모르는 외부 인사에게 검사 인사와 예산·조직을 맡기는 것이 합리적인가. 검찰개혁위의 외부 인사 편중, 특수부나 공안부 근무 검사 배제 등을 문제로 지적하는 견해가 있다. 논의 과정에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부족했다. 어떤 개혁이든 구성원의 적극적 동참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검찰 운영에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검찰에 독자적 인사권을 주고 아예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해서 입법부의 견제와 감시를 받도록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정치의 수사 관여,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저해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봐서 심사숙고 끝에 현재의 법무-검찰 관계가 설계된 것이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최근 국회에서 ‘검사 인사와 예산, 정책을 담당하는 검찰국장은 정말 부득이하지 않으면 검사가 맡는 게 맞다’고 답변했다. 이것이 온당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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