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T 가드 허훈(24)은 21일 여느 때처럼 경기 수원에 있는 팀 체육관을 찾았다. 전날 밤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달성한 ‘3점슛 9개 연속 성공’이라는 진기록의 흥분이 남아있을 법도 했지만 그는 차분히 스트레칭을 하며 전날 경기를 복기했다.
허훈은 20일 DB를 상대로 3점슛 11개를 시도해 9개를 성공시켰다. 1쿼터 종료 3분 11초를 남기고 성공시킨 슛부터 4쿼터 종료 2분 53초 전 83-82로 역전을 만든 슛까지 9개를 연달아 꽂아 넣었다. 3점슛 9개 연속 성공은 2004년 1월 17일 KCC 조성원(현 명지대 감독)이 안양 SBS(현 KGC)를 상대로 기록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농구 대통령’으로 불렸던 허훈의 아버지 허재의 한 경기 최다 3점슛은 7개다. “허재 형도 저렇게 넣는 건 못 본 것 같다”며 혀를 내두른 이상범 DB 감독의 기억은 정확했다. 하지만 정작 허훈 본인은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했다. 허훈은 21일 전화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기록을 세웠지만 결국 팀이 지지 않았나. 가드로서 좀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허훈은 19일 LG전에서 32점, 20일 DB전에서 30점을 뽑아냈지만 2경기 모두 팀은 각각 76-79, 84-89로 졌다. 그가 국내 선수 득점 1위(18.9점·전체 5위), 도움 전체 2위(5.9개)로 맹활약을 하고 있으면서도 마냥 기뻐하지 못한 이유다. 허훈은 “가능하면 동료들의 득점 기회를 만들어 주려고 한다. 19일 LG와의 경기는 내 득점 기회에 신경을 쓴 탓에 동료들을 살려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용산중-용산고-연세대 재학 내내 최고의 가드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7∼2018시즌 프로 무대를 밟은 허훈은 세 번째 시즌을 맞아 득점력과 리딩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달 출전했던 농구월드컵을 통해 국제무대 경험과 자신감을 얻으며 KT의 기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동철 KT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허훈이 큰 무대를 경험하며 많이 노련해졌다. 팀 공수를 조율해야 하는 주전 가드인 만큼 허훈의 성장은 팀에 큰 도움이 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허훈은 최근 활약에 대해 “농구월드컵에서 슛 감각이 좋았는데 정규시즌에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명상을 통해 슛 쏘는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고 이미지트레이닝을 한다. 자신감이 올라간 게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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