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외부에서 조명 쏘는 프로젝터, 올려다보면 광원 눈에 직접 노출
수면장애 등 시력에 악영향 우려
대부분 허가 없이 마구잡이 설치… 최근 3년간 허가 한 건도 없어
불법 바닥조명광고 단속 강화해야
서울 용산구에 사는 이지현 씨(34)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함께 산책을 가던 세 살배기 딸이 길 위에 비춰진 조명을 따라 가다가 차도까지 내려가서다. 이 씨는 “음식점 홍보하는 조명광고가 색깔도 바뀌고 좌우로 움직이니까 아이가 신기했던 것 같다”며 “어디서 나오는지 쳐다봤는데 눈을 찡그릴 정도로 아팠다”고 말했다.
최근 길 위에 조명을 비춰 광고하는 이른바 ‘바닥조명광고’를 자주 볼 수 있다. 주로 업소의 간판 옆이나 윗부분에 조명을 쏘는 프로젝터를 설치한다. 음식점과 술집, 안경원, 노래방, 학원, 병원 등 종류도 다양하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발광다이오드(LED) 바닥광고 시공’ 같은 홍보 사이트 수십 개가 줄지어 뜬다. 주로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시안을 만들 수 있다’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같은 문구를 내세우며 홍보하고 있다. 한 광고 제작사는 “가게별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설치 공간도 적고 비용도 20만∼30만 원 선으로 저렴해 최근 몇 년 새 문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바닥조명광고가 대부분 허가 없이 설치됐다는 점이다. 바닥조명광고는 옥외광고물법에서 규정하는 디지털광고물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21일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지자체가 허가한 바닥조명광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현재 설치된 바닥조명광고는 대부분 무허가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문제는 허가 없이 마구잡이로 설치해 사용하다 보니 지자체별로 어디에 얼마나 설치돼 있는지 실태조차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바닥조명광고의 빛공해도 논란이다. 하지만 빛공해 여부를 가릴 빛방사 허용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환경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광고 조명에 대한 빛공해 측정은 빛이 나오는 ‘광원’이 아니라 빛이 도달하는 지점에서 측정하게 돼 있다. 그러나 바닥조명광고를 쏘는 레이저 빔프로젝터는 보통 45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설치돼 성인이 올려다보면 광원에 눈이 직접 노출된다. 건물 외부에 다는 광고물의 경우 광원이 사람의 시야에 직접 보이게 설치하면 안 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서울 광진구 일대에서 바닥조명광고 5곳의 밝기 정도를 측정한 결과 바닥에서는 m²당 6.19∼28.09cd(칸델라·1cd는 촛불 한 개 정도의 밝기) 수준으로 기준치(1000cd) 이내였다. 반면 빛이 나오는 광원을 직접 측정한 결과는 m²당 7만8354∼18만9000cd로 평균 11.9배를 초과했다.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광원에서 나오는 빛은 굉장히 밝은 수준으로 시력에 영향을 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보행자가 강한 빛에 직접 노출될 경우는 빛공해로 볼 여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이은일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시민들이 바닥조명광고를 보며 눈을 찡그릴 정도라면 충분히 빛공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조명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수면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 임 의원은 “바닥조명광고는 광원이 보행자에게 직접 노출돼 눈 건강에 피해를 주는 만큼 조명기구별 특성을 파악한 저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우선 정확한 실태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을 중심으로 주요 상업지역의 바닥조명 빛 공해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바닥조명 광원 관련 설치·지침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에 불법 바닥조명광고에 대한 단속 강화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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