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중장기 정책과제로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해결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미래차 경쟁력 1등’이라는 정부 비전 달성을 위해서라도 전기차 수소차 등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는 필수적이고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번 로드맵은 자연스럽게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완전 전환 시기, 곧 내연기관차 퇴출 시기를 못 박아 공표하는 것이 전제됐다. 그렇다면 퇴출 시기가 정해진 미래가 없는 산업에 누가 투자하며, 누가 취업하려 하겠는가.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굳이 내연기관차에 ‘사형선고’까지 해야 할지에 의문이 든다. 먼저 내연기관차가 미세먼지 유발에 책임이 있더라도 사형을 선고할 만큼 의심할 여지없이 유죄가 확정적인가. 사실 아직까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정보가 확정적 판단의 근거로 활용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경유차 배기구에서 미세먼지를 직접 흡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 대신 실제 도로에서 경유차 미세먼지가 다른 배출원, 특히 중국발 미세먼지와도 뒤섞이게 된다. 이때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농도와 유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다. 더욱이 미세먼지가 고농도인 날이나 청명한 날이나 경유차 미세먼지 배출량은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
백 번 양보해 유죄가 확정적이라도 개선의 여지는 없을까. 최근 경유차도 매연 여과장치와 질소산화물 저감장치를 모두 장착해 미세먼지(질소산화물)가 대폭 저감됐다. 향후 적용될 유로7 배출허용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유로6 엔진보다 2배 이상 복잡한 후처리장치가 개발 중이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해결의 사회적 편익과 내연기관차 퇴출의 사회적 손실이 객관적이면서도 공정하게 평가돼야 한다. 특히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내연기관차와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는 만큼 종사자들의 일자리, 나아가 생계에 줄 타격까지 고려해야 한다. 국민적, 사회적 합의나 동의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한 객관적이면서도 전문성을 갖춘 논의 기구부터 마련해 정책 찬반을 묻는 투표나 최소한의 공론 조사가 수반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동차가 상품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동차는 이미 우리 국민 두세 명당 한 대 정도로 보급된 생활필수품이다. 시장경제에서 특정 상품을 퇴출하는 궁극적 권한은 소비자에게 있다. 정책적으로 해당 상품의 퇴출 시기를 정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자유롭게 상품을 선택할 권리가 제약된다. 그래서 내연기관차가 굳이 퇴출돼야 한다면 ‘정책’이 아니라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
2025년 이후 전기차 수소차 등은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와의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때부터 소비자 앞에서 펼쳐질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 간의 사생결단 정면승부로 퇴출을 결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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